"아이들 떠난 자리에 쓰레기만"…평택시 보육시설 매년 20곳 문 닫아

경기=권현수 기자, 경기=이민호 기자
2026.07.09 14:53

비전동 'P 어린이집' 수년째 폐업 후 방치…쓰레기·우범화로 몸살, 대책 시급
최근 5년간 휴·폐업한 보육시설은 100곳에 달해…매수세마저 끊겨 거래 절벽
장정민 전 평택대 교수 "용도변경 규제 완화 등 구도심 도시재생 처방 필요"

폐업한지 수년이 지난 평택시 비전동 한 어린이집./사진=권현수기자

고덕국제신도시와 브레인시티 등 대규모 개발 호재로 연일 상전벽해 중인 경기 평택시. 하지만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올라가는 신도시 이면에는 젊은 인구 유출과 공동화 현상으로 짙게 그늘진 구도심이 있다.

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평택시 비전동의 구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 보육시설인 'P 어린이집' 건물이 수년째 버려진 채 흉물로 방치돼 있다. 원생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문 닫은 뒤 사후 관리 없이 외면당하는 실정이다.

인허가 기준 23년의 역사를 지닌 이 어린이집은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비어있다. 폐업 이후 수차례 매물로 나왔으나 학령인구 감소와 구도심 침체 속에서 '어린이집 시설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시장의 평가 속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소유주와 지자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이 건물이 도심 속 안전을 위협하는 '폭탄'이 됐다는 점이다.

현장을 살펴보니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노란색 철제 구조물은 빛바랜 채 꺾여 있고, 마당과 진입로는 잡목과 넝쿨이 성인 키만큼 자라나 정글을 방불케 했다. 수풀 사이사이는 무단 투기한 생활 쓰레기와 오물, 배달 용기들로 가득 차 악취를 풍겼고,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화재 위험마저 가중시키고 있었다.

어린이집 주변에 온갖 쓰레기가 쌓여 방치되고 있다./사진=권현수기자

특히 이 건물 바로 옆에는 평택시가 운영하는 어린이공원이 맞닿아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낮에는 인근 주민과 아이들이 찾는 휴식 공간이지만, 해가 지면 가로등 불빛마저 삼켜버리는 방치된 대형 건물 탓에 일대가 순식간에 암흑지대로 변한다.

인근 주민 A씨(56)는 "수년째 이 건물이 방치되자 이제는 밤마다 지나다니기 무서운 우범지대로 변했다"라며 "바로 옆 공원에서 아이들이 노는데, 쓰레기더미와 비행청소년들이 모이는 환경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볼 때마다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5년간 휴·폐업한 평택 보육시설 100곳 달해…도시재생 처방 시급

저출산 한파와 신도시 인구 쏠림 현상이 맞물리면서 보육시설의 연쇄 붕괴는 이미 수치로도 증명된다. 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평택에서 휴·폐업 처리된 어린이집은 100곳에 달한다. 가정어린이집부터 대형 민간어린이집까지 유형을 가리지 않고 매년 20곳가량이 간판을 내린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에만 치중된 도심 팽창 정책이 구도심의 자산 가치 폭락과 관리 부재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정민 전 평택대 국제도부동산학과 교수는 "구도심 방치 건물이 우범지대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대형 폐업 시설의 용도 변경 규제 완화나 지자체 매입을 통한 공공시설 전환 등 선제적인 도시재생 처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최근 5년간의 어린이집 폐업률이 증명하듯 저출산과 구도심 공동화는 전국적인 당면 과제"라며 "평택시가 타 지자체의 도시재생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학계 및 전문가 그룹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구도심을 살릴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업한 비전동 어린이집 내부모습./사진=권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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