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주년 '청년기' 돌입한 BK21..."박사 후 연구원까지 지원 확대 필요"

정인지 기자
2026.07.13 13:44
지난 2일 고려대 차세대 반도체연구실에서 전기전자학과 대학원생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고려대

"두뇌한국(BK)21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학부 때부터 석·박사를 꿈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재들이 함께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세계 대학 랭킹도 크게 올라갔습니다."

오민규 고려대 대학원혁신본부장은 "BK21이 대학원생들의 연구장학금, 운영비 등을 지원해 주면서 신산업 연구에 대응할 역량도 커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려대는 '4단계 BK21 대학원혁신협의회'의 부회장교다.

연구 인재를 양성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1999년에 시작한 BK21이 올해 27년차 '청년기'를 맞이했다. 국내 대학원의 교육 및 연구 환경을 개선해 인재 유출을 막고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키우기 위해 BK21은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대학원생 10명 중 1명은 'BK21' 혜택 받았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는 BK21 4단계(2020년 9월 ~2027년 8월)의 막바지다. 4단계에서는 '사회변화에 선도적 대응하는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연간 약 4770억원(총 3조1000억원)을 63개 대학(602개 교육연구단)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일반대학원생 20만7743명 중 약 9.2%의 석·박사가 혜택을 받고 있다.

BK21에서는 대학원생(석·박사) 연구장학금, 신진연구인력(박사후연구원, 계약교수) 인건비, 국제화 경비, 교육연구단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석사는 월 100만원, 박사는 160만원, 신진연구인력은 월 300만원 이상을 받는다. 오 본부장은 "BK21 사업 이후 우리나라 대학들의 글로벌 평가는 물론 논문의 질적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BK21 참여학교 기준 스코퍼스(Scopus) 등재 연구 논문 수는 2024년 7만9411건으로 4년 전 대비 25% 증가했다. 스코퍼스는 전 세계 학술 논문과 인용 정보를 제공해주는 학술 데이터베이스다.

지난 2일 오민규 고려대 대학원혁신본부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고려대

BK21이 20여 년간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해주면서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탄생하는 결실도 맺고 있다.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박상돈 포항공대 인공지능대학원 교수, 이충은 삼성전기 최연소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백 교수는 2024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인공지능) 모델인 '로제타폴드'를 개발했다.

고려대는 4단계 BK21에서 총 30개 교육연구단(팀)이 선정되며 전국 대학 중 최상위권의 사업 규모를 자랑한다. 사립대는 국립대보다 외부 연구비 등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BK21과 같은 정부 지원이 보다 반갑다. 또 높은 월세와 물가를 감당해야 하는 서울 거주 학생들은 취업 대신 수년이 걸리는 연구의 길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성과가 우수한 '소셜웨어IT(정보기술)교육연구단'(전기전자공학과)의 경우 김태근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 글래스(안경) 등에 쓰일 초고해상도·저전력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구동 회로 기술을 개발해 올해 세계적인 학술지의 표지논문을 게재했다. '사회적 불균형 해소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심리과학 교육연구단'(심리학부)에서는 신체항상성, 심리적 불균형, 사회적 불균형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심리치료 추천 방법 등에 관한 특허를 등록, 출원했다.

해외 연구중심대학 대학원생·신진연구인력 지원 단가 비교/그래픽=김지영
5단계 계획 수립 시작...교육계 "포닥까지 지원 확대 필요"

올해는 내년 9월부터 7년간 진행될 '5단계 BK21'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다. 교육계에서는 대학원생들의 처우 개선 및 박사 후 연구원(포스트닥터)에 대한 지원이 신설돼야 한다고 모은다. 연구중심대학 기준 미국의 월 지원비(1달러=1350원)는 석사과정은 300만~350만원, 박사과정은 420만~450만원에 달한다. 일본(100엔=900원)도 석사과정 130만~140만원, 박사과정은 180만~210만원이다.

또 미국, 유럽 대학은 박사 후 연구원을 정식 계약직 연구원으로 인정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박사 과정이 종료되면 더이상 학생이 아닌 연구 과제 예산에 따른 '단기계약직' 신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1~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다보니 미래를 안정적으로 준비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브레인 드레인'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오 본부장은 "연구 환경이 개선된다면 학부 시절부터 석·박사 과정에 과감히 도전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 5단계 BK21 기본계획 시안을 올해 연말까지 마련하고 대학 내 박사 후 연구원 근거 법제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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