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장애인, 복지 아닌 생활경제"

김승한 기자
2026.07.13 04:03

대구 '안심마을'
2008년 작은 도서관서 출발, '주민 주도' 지역 공동체
발달장애인 일자리·주거연계… 통합돌봄시스템 추진

"왜 이 마을에서는 장애인이 고립되지 않을까." 대구 동구의 한 골목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카페와 공동부엌, 작은 작업장이 이어진 공간에서 발달장애인과 주민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커피를 내리고, 누군가는 물건을 포장한다. 누가 직원이고 누가 이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돌봄'과 '일자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8일 찾은 대구 '안심마을'은 행정구역에도, 법적 조직에도 속하지 않는 공동체다. 협동조합과 복지기관, 주민이 느슨하게 연결돼 일자리와 돌봄, 주거를 함께 해결하는 구조다. 안심마을의 시작은 2008년 주민들이 만든 작은 도서관 '아띠'였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서 출발한 활동은 어린이날 행사, 마을축제, 김장나눔 등으로 확장하며 공동체로 이어졌다. 이정미 마을학교둥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민 필요에서 출발한 활동이 쌓이면서 지금의 마을이 만들어졌다"며 "정책이 아니라 삶에서 시작된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안심마을에는 협동조합과 사회복지기관, 주민단체 등 20여개 조직이 참여한다. 로컬푸드 매장, 공동부엌, 에너지협동조합, 공동체 라디오 등 기능도 다양하다.

대구 '안심마을' 소개/그래픽=이지혜

이날 안심마을을 찾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안심마을에서는 장애인들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교육받고, 먹거리 배송에 참여하는 등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지역 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 아닌 '생활경제'=안심마을의 핵심은 '복지와 경제의 결합'이다. 사람이야기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약 30명의 조합원 중 26명이 실제 일에 참여한다. 조윤식 사람이야기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단순 보호가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일자리와 돌봄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전체로 보면 장애인 일자리만 40여개에 이르고 다양한 조직활동까지 포함하면 200명 이상이 공동체 경제 안에서 움직인다. 단순한 복지를 넘어 실제 생계와 연결된 '생활기반 경제'로 작동하는 셈이다.

◇"관계만으로는 한계"=하지만 지역소멸의 흐름은 이 마을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 이사장은 "학급수가 줄고 청년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관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청년유입 부족도 여전한 과제다. 조 이사장은 "급여수준과 주거문제로 청년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인건비 일부라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안심마을은 현재 발달장애 청년과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통합돌봄모델 구축을 준비 중이다. 일자리와 주거, 여가를 하나로 묶어 생애 전반을 지원하는 구조다. 이 이사장은 "이 모델이 제도 안에서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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