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4년째 유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초과 세수를 활용한 미래대응기금으로 교육교부금의 '칸막이'를 허무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세부 내용을 두고선 재정·교육 당국의 입장이 엇갈리며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개편안 공개 시점도 당초 구상보다 지연됐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개편 방안을 두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내국세 연동 구조를 폐지하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등을 반영한 새로운 교육교부금 산식이 도입될 전망이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의 일부로 조성하는 교육청 예산이다. 1972년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가 시작될 때만 해도 교부율이 11.8%였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20.79%에 이른다.
기획처는 학령인구가 감소한 상황에서 내국세 연동 구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내국세 연동 구조 유지를 주장해왔던 교육부도 이번에는 폐지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 부처는 성장률과 학령인구 등을 반영한 새로운 교육교부금 산식을 논의 중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어느 것이 더 변동성을 줄이고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지 산식과 관련해 많이 합의됐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세부 내용에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교육부는 내국세 연동 구조를 폐지하되 현행 '20.79%룰'에 따른 교육교부금 총액 수준을 매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안전장치를 법에 명문화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신설할 예정인 미래대응기금의 활용처를 두고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기획처는 미래대응기금에 '인재·교육계정'을 만들고, 지금까지 교육교부금으로 활용할 수 없었던 고등(대학)·평생 교육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교육교부금의 경우 교육청 예산이기 때문에 교육청 소관이 아닌 고등·평생 교육에는 원칙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획처의 구상과 달리 교육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초·중등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두 부처가 최종 협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교육교부금 개편 방안을 확정할 수 있을지, 확정하더라도 9월 초로 예정된 정부 예산안의 국회 제출 전에 확정할 수 있을지 등 모든 상황이 불확실해졌다. 기획처는 당초 이달 중순에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기획처 관계자는 "세부 상황에 대해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추가세수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한 없이 늘어나는 교육교부금이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단 우려가 자리한다. 줄어드는 학령인구와 반대로 교육교부금이 해마다 늘면서다. 내국세 연동 구조로 세수에 따른 변동성, 영유아·고등·평생 교육에 사용할 수 없는 칸막이 구조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16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획처는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교육부와 막바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국세의 20.79%'로 고정된 교육교부금의 연동 구조가 드디어 개편되는 분위기다.
연동 구조 폐지 논의는 줄어드는 학령인구와 달리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교육교부금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학령인구가 지난 10년간 175만명 줄어드는 동안 교육교부금은 약 40조원, 78% 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72년 도입 당시 1073만명이었던 학령인구(6~17세)는 올해 492만2000명(국가데이터처 중위 인구 추계)까지 줄었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2016년 43조2000억원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기준 76조4000억원으로 약 76.8% 늘었다.
인구 감소에도 교육교부금 규모가 유지된 이유는 내국세 연동 구조에서 기인한다. 1972년 1월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는 내국세의 11.8%를 교육교부금으로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1969년 중학교 무시험제 실시로 진학을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중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됐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학교와 교사를 늘릴 재원이 필요해지면서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교부금으로 강제 할당하게 된 배경이다.
이후 중학교 무상의무교육 실시, 지방교육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등 다양한 이유로 연동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연동 비율은 △1972년~2000년 11.8% △2001~2004년 13.0% △2005~2007년 19.4% △2008~2009년 20.0% △2010~2018년 20.27% △2019년 20.46% △2020~2026년 20.79% 등으로 꾸준히 인상돼 왔다.
세수와 연동된 구조로 교육교부금의 변동성도 발생했다. 2020년과 2023년 교육교부금이 두 차례 전년 대비 감소했다. 2020년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2023년엔 반도체 불황으로 세수결손이 발생한 탓이다. 특히 2023년(65조3637억원)엔 교육교부금이 2022년(81조2976억원) 대비 24% 가량 줄었다.
교육교부금의 칸막이 구조도 폐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내국세의 20.79%로 마련된 교육교부금은 교육청에 보내고, 유·초·중등 교육에만 활용하는 일명 '칸막이' 예산이다.
내국세 증가로 교육교부금은 매년 늘지만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수혜 대상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유아교육특별회계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를 만들어 누리과정과 대학 지원 등에 활용했지만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과도한 현금성 지원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도 수혜 대상이 주는 반면 교부금이 늘어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번번이 무산된 '교육교부금 개편'…"개편 적기는 이미 지나"
그간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재정당국이 주도해 왔다. 교육부는 주로 방어하는 입장에서 맞섰다. 과거 교육교부금과 관련한 갈등도 번번이 교육계 반발로 무산됐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교부금으로 충당하려고 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고등교육(대학) 분야 지원을 위해 고특회계를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2022년 당시 기획재정부는 내국세 연동 구조를 손 보려고 했으나 교육계의 반발로 고특회계를 신설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 대한 우위는 재정당국이 가져가는 분위기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십조원의 추가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큰폭으로 늘어날 교육교부금을 온전히 가져가야 한단 논리를 납득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교육계는 학생 수가 줄어도 기초학력 지원과 돌봄, AI(인공지능) 교육, 학교 시설 개선 등 재정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기획처는 교육부와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를 폐지하고 추가세수 등을 재원으로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에 인재·교육계정을 신설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평생교육과, 영유아 교육, AI 교육 등 미래 교육 수요에 대응하잔 취지에서다. 박 장관은 전체 교육교부금과 1인당 교부금은 안 줄이고 절감 재원을 교육에 재투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교부금 개편의 적기는 이미 지난 것 같다"며 "가만히 두면 정부 지출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어서 빨리 개편해야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에 대한 사용처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