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케이블카 하부 승강장 앞 탑승장에 들어가지 못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낡은 승강장과 오래된 캐빈을 보던 관광객들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시계를 확인했고 유모차를 끄는 부부는 연신 주변을 살피며 우는 아이를 달랬다.
17일 서울시와 한국삭도공업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남산 케이블카 이용객은 126만명이었다. 48인승 캐빈 2대만 오가는 탓에 주말·성수기에는 3분 타려고 1~2시간을 기다린다. 휠체어·유모차를 탄 교통약자는 케이블카를 타려면 명동역에서 승강장까지 846m를 이동하며 교차로 7곳을 지나야 한다. 관광버스 운행이 통제된 2021년 이후 케이블카는 사실상 정상부까지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됐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한 뒤 남산 방문수요는 더 커졌다. 서울관광재단은 올해 상반기에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822만5218명으로 추산했다. 전년 동기보다 21.3% 늘었다. 서울AI재단 분석에서 지난해 N서울타워·남산의 외국인 유동인구는 하루평균 5만7370명, 전체의 55.7%였다. 케이블카 등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도 드러났다. 경관에 대한 평가는 높았지만 이용편의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45.8%에 달했다.
서울시는 해법으로 공공 곤돌라를 추진 중이다.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과 정상부 사이 832m를 5분 만에 잇는다. 10인승 캐빈 25대가 시간당 2000명 이상을 수송하고 휠체어·유모차도 바로 탈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5년간 이어진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구조를 해소하고 일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했다. 곤돌라 운영수익은 전부 생태환경 보전사업이나 시민의 여가활동을 위해 사용된다. 당초 올봄에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공사는 소송에 막혔다. 2024년 9월 착공했지만 삭도공업 등이 공사절차가 위법하다며 낸 소송에 두 달 만에 중단됐다. 공정률은 15%에서 멈췄다. 1심은 지난해 12월 구역변경·해제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0일이다. 서울시는 공원구역 변경·해제절차가 공익목적의 적법한 행위라고, 운영사 측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맞선다. 1심의 판단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재판부가 삭도공업의 원고적격을 부정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남산 케이블카는 1961년 사업허가를 받은 삭도공업이 3대에 걸쳐 가족기업 형태로 세습·독점운영했다.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한석진씨가 설립한 이후 한광수·이기선 공동대표를 포함, 일가족 6명이 지분을 나눠 보유했다. 지난해 매출은 213억원, 영업이익은 51억원이었지만 국유지 사용료는 연 1억원에 못 미쳤다.
독점 사업구조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남산 케이블카에 대해 "60년 동안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삭도공업은 2016년 기존 케이블카를 곤돌라로 바꿔 사업운영을 하겠다고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공공성·특혜우려 등으로 불허됐다. 일부에서는 해외 사례를 들어 독점적 장기운영이 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호주 블루마운틴은 시닉월드 케이블카 외에 공공철도·버스와 무장애 전망대가 따로 있다. 스위스 필라투스는 철도·곤돌라·케이블웨이를 운영하고 기업정보도 공개한다. 면허기한도 최장 40년이다. 남산의 무기한 독점 사업구조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서울시는 재판과 별개로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에 주목한다.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도 높이 12m를 넘는 곤돌라 시설을 허용하면 구역변경 없이 지주(기둥)를 설치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후속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행령이 개정되면 소송결과와 관계없이 곤돌라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