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의 상당 부분은 과장됐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고치면 된다."
지난해 8월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 말이다. 김 실장은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정부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됐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 쟁의 대상이 넓어지면서,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영업이익 배분 같은 경영상 판단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온 사방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필요하면 보완을 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기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완수사권 폐지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커질 때였다. 김 의원은 검찰개혁 완성을 위해선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가 중요하다며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차후 고쳐나가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김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당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10월부터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사라지고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는다.
재정경제부는 요즘 '세제개편안의 개편안'을 만드느라 바쁘다. 지난 3일 발표된 '2026 세제개편안'에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상 예외 인정 요건을 대폭 축소하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일부 혜택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부동산 정상화' 및 '국내 투자 활성화'라는 정책목표 아래 마련된 개편안이었지만 곧바로 반발이 터져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ISA 관련 개편안에 대해 직접 재검토를 지시한데 이어 지난 11일 부동산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반론이 있으면 그 반론을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의 보완·수정 지시다. 최종안은 최초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 상당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와 국회가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부작용을 예상하고 완전무결한 안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바꾸자'는 건 곤란하다. 노동·검찰·부동산 등 주요 개혁 과제 모두에 해당하는 얘기다. 특히 노란봉투법을 두고 벌어지는 현장의 혼란과 혼선, 논란은 법안 발의 때부터 누누이 얘기됐던 우려다. 이를 과장된 것으로 치부하고 '개혁'이라고 밀어붙인 비용을 온 국민이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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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도 무게가 있다. 정치권에는 법안 한 줄, 세법상 숫자 하나일 수 있지만 국민에게는 재산과 일자리, 때로는 인생이 걸려있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무게감을 갖고 정책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줄여야 국민적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