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피했지만…'통상임금' 불씨는 남았다

정세진 기자, 이민하 기자
2026.09.16 16:20

(종합)합의안서 통상시급 기준 논의는 빠져
시 재정부담 커지면 현행 시내버스 준공영제 검토 예정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왼쪽 첫번째), 권병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위원장(가운데)과 김정환 서울시버스사업조합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 조정 회의에서 서울 시내버스 노사 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올해 임금협약 조정안에 합의했지만,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 산정 방식은 법원 판단 뒤로 미뤘다. 산정 기준시간과 과거 수당 등을 포함해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서울시의 비용 부담을 가를 법원의 첫 판단은 이르면 오는 12월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 협상에 따른 청구서가 연말에 도착하도록 연기한 셈이다.

16일 서울시와 버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전 1시 50분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 임협 조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노사 양측은 2026년도 임금을 3.2%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서는 2026년도 임금 인상률만 정했고, 정기상여금을 반영한 임금체계와 과거 수당 차액·지연손해금 문제는 추후 과제로 남겼다.

최대 쟁점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월 단위 통상임금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분모다. 기준시간이 짧을수록 시간급과 이에 연동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늘어난다. 노조는 단체협약상 월 22일에 하루 8시간을 곱한 176시간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하루 약정근로시간과 유급 주휴시간 등을 반영한 230시간을 주장한다. 이번 교섭에서 다른 지역 버스업계의 임금체계 개편 사례 등을 고려해 209시간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176시간의 근거는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판결이다. 지난 4월 동아운수 사건 대법원 판결로 월 176시간 기준이 확정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와 사측은 대법원 판결문에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정한다는 명시적인 판단이 없고, 동아운수 이외 회사들의 소송도 진행 중이어서 전체 운수회사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맞선다.

다음 분수령은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11개 운수회사 통상임금 소송이다. 근로자 1977명이 수당 차액과 지연손해금 약 788억원을 청구한 사건으로, 이르면 12월 초 기준시간에 관한 첫 명시적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본다. 다만 1심 판결이어서 항소가 이어질 수 있다. 버스업계는 64개사 소송의 청구액과 지연손해금을 최대 1조216억원으로 추산했다.

통상임금 기준 시간을 셈하는 방식에 따라 재판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미지급분은 노조원 1인당 수천만원, 전체 금액으로는 수천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노조는 법원 판단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통상임금 기준 시간 문제는 협상이나 양보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지난 1월 정기 상여금을 없애고 수당과 기본급으로 단순화하자는 시와 사측의 요구를 노조가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상 최장기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사측은 노조 요구대로 시급을 인상하는 선에서 파업을 막았지만 내년 임금협상 기간에도 재판이 종료되지 않으면 파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합의에 따른 비용 청구서도 부담이다. 시에 따르면 임금 인상률 1%P(포인트)당 연간 140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준공영제에 따라 지난해 시가 시내버스 업계에 지원한 금액은 4575억원이다. 여기에 사업자 조합은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 따른 재정 부담을 시가 지원해야 한다며 시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한 상황이다. 시는 재정부담에 따라 장기적으로 현행 준공영제의 지속 가능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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