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텍 공동연구팀, 온도 따라 달라지는 산화물 구조 전이 경로 원자 수준서 규명

나주(전남광주)=나요안 기자
2026.09.22 11:09

산소 이동과 구조 전이의 연관성 밝혀…미국화학회 JACS 게재·표지 선정

온도에 따라 갈라지는 SrFeO2 ↔ SrFeO3 상전이 경로 모식도./사진제공=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켄텍')는 오상호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 경북대, 부산대 등과 함께 공동연구로 산화물의 상전 경로가 온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원자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산소가 드나들면서 물질의 원자 배열이 바뀌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중간 구조도 발견했다.

금속 산화물은 산소의 양과 배열에 따라 전기가 흐르는 정도나 자성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산소를 넣거나 빼서 원자 배열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기능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까지 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중간 단계를 거치는지는 관찰하기 어려웠다. 최종 결과만으로는 물질이 변화한 과정을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스트론튬·철·산소로 이뤄진 '스트론튬 페라이트'(SrFeO3) 박막을 투과전자현미경 안에서 가열하고 냉각하며 원자 배열의 변화를 추적했다.

이 물질은 산소가 빠져나가거나 다시 들어오면서 철과 산소가 입체적으로 연결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와 평면 층이 반복해 쌓인 '무한층 구조' 사이를 오간다. 연구팀은 이러한 큰 구조 변화가 실제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되는지 원자 단위 영상으로 포착했다.

온도에 따른 차이는 산소가 다시 들어와 무한층 구조가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에서는 박막과 기판이 맞닿은 부분에서 시작된 변화가 표면 쪽으로 진행됐으며, 뚜렷한 중간상 없이 약 15초 만에 전이가 완료됐다. 반면 20℃로 급랭한 경우에는 산소의 양과 배열이 서로 다른 여러 중간 구조가 수 분에 걸쳐 차례로 나타났다.

같은 최종 구조에 도달하더라도 온도에 따라 곧바로 전환되거나 여러 단계를 거치는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중간상 'SrFeO2+σ'를 발견했다.

정밀한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이 중간상에서는 철 원자 주변의 산소가 입체적인 사면체와 평평한 사각형 형태로 함께 배열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산소가 빠져나가며 입체적 결합망이 층상 구조로 바뀌는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를 이어 주는 '완충 단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경로 차이가 산소 이온의 이동 방식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줬다. 낮은 온도에서는 여러 산소 이온이 서로 연동해 움직이는 방식이 유리해 중간 구조를 거치는 단계적 변화가 나타났다. 반면 높은 온도에서는 산소의 개별 확산이 우세해지면서 중간 구조에 머무르지 않고 전이가 일어났다.

특히 이론 계산에서는 포착된 중간상들이 서로 구별되는 전기적·자기적 특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상이 단순히 최종 물질로 가는 과정에서 잠시 나타나는 구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새로운 기능을 지닌 소재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온도와 산소 공급 조건을 조절해 이러한 중간 상태를 선택적으로 형성하고 유지하는 소재 설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를 총괄한 오 교수는 "같은 소재라도 온도에 따라 원자들이 움직이는 방식과 거쳐 가는 중간 구조가 달라진다는 점을 직접 확인했다"며 "그동안 최종 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나쳐 왔던 중간 구조를 새로운 소재 후보로 바라보고, 이를 선택적으로 형성하거나 건너뛰기 위한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JACS)에 게재됐으며, 연구 내용을 담은 이미지가 지난 2일자 제148권 제34호 표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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