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깃집 식당, 약국에서 군수품을 납품했다는 한 언론보도가 있었다. 수억원대의 우리 군이 사용하는 검사장비와 소음측정기 등을 납품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해당 기자가 형식적인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공공입찰에 참가해 낙찰 1순위가 된 장면도 보여줬다.
많은 국민의 의구심을 잦아 내기에 충분했다. 공공조달시장에서 고깃집 사장님이나 약국이 아무런 제약 없이 군수품, 특히 중요한 장비를 납품하는 것이 가능할까? 심지어 '로또가 된 군납'이라는 표현도 나왔던 것 같다.
이러한 보도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미장원, 문구점, 서점, 심지어는 전업주부가 일반 공공기관 납품업체로 선정된 경우가 많았다는 언론보도와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일은 매우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공공조달시장에서 주로 '공급'입찰이라는 영역에서 나타나는 사례다. '공급'입찰은 직접 조달물품을 제조하지 않더라도 사업자등록신고와 조달등록을 하면 입찰참가자격이 주어지고 실제 입찰에서 심사를 하지만 주로 낮은 입찰가격을 써내면 운 좋게 1순위 낙찰예정자가 될 수 있다. 설사 너무 낮은 가격을 써 손해를 볼 것 같아 낙찰을 포기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나 입찰보증금을 몰수 당하는 일도 없었다.
이런 입찰 방식을 이용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장님들이 브로커와 짬짜미 해 사업자등록을 하고 공공입찰에 참여한다. 낙찰받으면 납품대금의 일부를 수수료 조로 서로 나누어 갖고, 실제 납품은 제조업체가 하는 신박한(?) 틈새 공략 방법이다.
비록 규모가 적다고는 하지만 성실한 조달기업이 공공조달시장 문턱을 낮춰 달라고 하는 목소리를 무색하게 한다. 혈세로 집행되는 공공조달시장이 '부업'이나 '로또'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우롱당하는 기분이다.
충분한 납품이행능력을 갖추고,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납품업체가 제값을 받고 거래할 수 있는 공공조달시장이 국민이나 조달기업이 기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조달청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2021년부터 3차례에 걸쳐 근절대책을 수립했다. 가능한 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입찰로 전환하거나,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낙찰자에게 직접 납품이행을 의무화하는 조치 등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없을 뿐 더러 은밀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브로커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었다.
이에 조달청은 올해 1월에 네 번째 근절 대책을 마련한 후 8월부터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우선 벌떼 입찰이 우려되는 공급입찰 품목을 가려내 입찰보증금을 부과했다. 그 결과 한 건의 공급입찰에 참여한 업체 수가 355개사에서 57개사로 83.9% 감소했고 평균 최종 낙찰 순위도 역시 41위에서 1.5위로 낮아져 가시적 효과가 나타났다.
오는 16일 부터는 입찰보증금 부과 범위를 넓혀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되는 업체에도 부과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는 입찰결과 1순위가 되었음에도 불리하면 낙찰심사를 포기하는 상습 포기업체에도 입찰보증금을 부과한다. 게다가 아예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법령 개정도 연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더 이상 공공조달시장이 부업을 하는 시장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비용과 부담을 감수하라는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조달시장의 건전한 경쟁은 결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숫자가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더라도 역량을 갖춘 업체가 경쟁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
혹자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벌떼 입찰 근절의 전초전을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조달청만의 과제가 아니라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국정과제로서 벌떼 입찰이 근절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집중해 주기를 조달청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