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기자의 이메일에 흥미로운 자료가 도착했다. 위스콘신대학 한국 총동문회 신년회 개최 관련 보도자료였다. 발신자는 위스콘신대학 출신 여당의 한 의원실이었다. 주요 내용은 총동문회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바뀐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고위 공직자들의 학맥이 중요한 관심사이긴 하지만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요란하게 이취임식까지 한다고 알리는 보도자료가 신선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총동문회는 야당의 유력정치인과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가 자랑스런 위스콘신 동문상을 수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국에서 학연과 지연은 인사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다. 오죽하면 매번 인사 때마다 지역 안배를 이야기하고 특정 대학의 독식 문제를 지적한다. 인사가 끝나면 인사권자든 관련자든 학연과 지연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해 설명하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부에서는 장관들이 총문회장을 겸임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은 사적 모임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당일 동문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지난 12일에 국회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금품수수와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소위 '김영란법'이 소관 상임위원회(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촉박한 임시국회 일정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정치권은 2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김영란법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뤄져있다. 첫째는 금품수수에 대한 처벌이다. 공직자는 누구든지 업무 연관성이 없어도 1회 100만원이상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이 된다. 두번째는 부정청탁금지다. 김영란법에는 15가지의 위법사항과 7가지의 예외사항을 두고 있다. 위법 사항에는 인사, 채용, 계약, 성적, 병역 등 우리 사회 대부분을 정하고 있다.
세번째인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현재 법사위 계류 법안에는 빠져 있다. 이해충돌의 범위와 적용대상 등에 있어 위헌소지 등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못해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 부분을 빼고 법안을 처리했다.
앞의 두 가지가 공직자의 적극적인 행위에 따라 위법행위를 판별할 수 있는 반면,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공직자와 가족들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영란법과 위스콘신 대학 총동문회. 한쪽에서는 공직자들을 단속하기 위한 김영란법을 만들고 한쪽에서는 국내대학도 아니고 미국 대학, 그것도 일부는 공직 생활 중에 국가 돈으로 다녀온 연수에서 맺어진 인맥을 단속하고 있다.
김영란 법의 제정 취지를 보면 위스콘신대 총동문회가 그냥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김영란법은 청렴한 공직사회를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였다. 부정한 돈을 받지 않고, 중요한 정책결정과정과 인사 등에 있어 공정성을 기해달라는 것이었다.
위스콘신 동문회는 분명 사적 모임이다. 이·취임 총동문회장의 겸직 여부 논란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서 동문수학 사람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오얏 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공직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비등한 시점에 특정 학맥을 그것도 해외 학맥을 자랑하는 행사를 보도자료까지 뿌려대며 치러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보도해 달라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수 없다.
김영란 법이 2월 국회에서 처리될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법안 내용도 현재 계류 중인 법안대로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위스콘신대 동문회와 같은 인맥 자랑의 모임이 반복된다면 과연 공직사회에 김영란 법이 뿌리내릴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