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말정산 대란과 "그렇겠네요" 의원님

김성휘 기자
2015.01.25 17:38

[the300]

/김성휘 기자

2013년 12월 국회 기획재정위. 올 초 연말정산 대란을 잉태한 현장이다. 이때 바꾼 세법대로 연말정산을 해보니 정부의 설명과 달리 중산층·저소득층도 환급액이 대폭 줄었다는 논란이 거셌다.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핵심쟁점인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자녀공제 변화 등은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논의됐다. 국회의 회의록 공개 서비스에 접속해 A4 종이 77쪽에 이르는 회의록을 분석했다.

기재위 조세소위는 여야 합쳐 12명. 그런데 현장에선 사안별로 4-5명의 '선수'들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새누리당에선 나성린 조세소위원장과 안종범 이만우 의원, 야당에선 이용섭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다른 사정을 이유로 결석했거나, 참석했어도 사실상 논의에 깊이 관여하지 못했다. 일부는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적극 설명하기도 했지만 조세제도에 대한 소신이나 세법개정에 대한 입장을 논리정연하게 밝힌 경우는 드물었다. 특정 사안에 "그렇게 되면 바람직하네요"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위원회가 선수와 관중으로 나뉜 배경엔 국회 관행도 있다. 여야는 각각 사전 조율을 거쳐 집중적으로 토론할 '대표선수'에게 역할을 몰아준다. 참석자 모두 자기주장을 펴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조세소위만 해도 차관·실국장 등 정부 측과 국회 소속 전문위원을 합하면 전원 참석시 20명에 가깝다.

그렇다 해도 12명 중 절반 넘는 의원들이 국민 호주머니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법안 논의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건 꽤 실망스러웠다. 혹 이들이 세법을 논의할 만큼 전문성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연말정산 대란엔 정부 책임이 크다. 그렇다고 국회의 책임이 희석되진 않는다. 국회의 막중한 책무는 그런 허점을 짚어내고 때론 정부를 돌려 세우거나 대안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의 경력 쌓기나 지역구 현안 해결이 위원회 배치에 주요 변수였다면 이젠 전문성을 제1 요건이자 최대 변수로 따져야 한다. 세제 분야라면 법조·학계·관료 출신 또는 시민단체 등에서 전문성을 키운 이가 우선이다. 물론, 전문성이란 명분으로 정책 결정에 국민을 배제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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