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정동영과 국민모임 "네 탓이야" 답습해서는…

이현수 기자
2015.01.27 09:59

[the300]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국민모임 제1차 서울 대토론회 '새로운 정치세력, 왜 필요한가'에서 이도흠 한양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연말정산 사태, 새누리-새정치 공범'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26일 오후, 정동영 전 장관을 발신자로 적은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정 전 장관은 지난 11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새 정치세력인 '국민모임'에 합류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범'이라고 칭한 제목부터가 정치의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야당이 수년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지 못했던' 전략, 바로 심판론을 여당과 야당에게 동시에 들이대고 있었다.

이메일 내용은 정 전 장관이 이날 오전 다른 언론사에 출연해 한 말을 정리한 자료였다. 새로운 정책이나 시각도 아닌, 다른 언론에서 한 발언을 굳이 보도자료로 보낸 것은 존재감 부각을 위한 정치인의 생리라고 이해해줄 수도 있다. 더 실망스러운 건 내용이었다.

"연말정산과 관련된 세법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야당이 법안처리에 합의하고 동의해 주었으면 책임도 같이 지는 것이지 문제가 불거지니까 여당에게 사과하라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무엇보다도 먼저 할 일은 130석이나 되는 거대 야당으로서 깨끗하게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근본적 조세개혁을 위해 나서는 것이다."

날선 비판이었지만, 정 전 장관이 꼽은 문제의 원인과 대안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연말정산 파동의 핵심은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으로 세수 부분에 구멍이 난 걸 서민·중산층에게 떠넘긴 것이다." 새정치연합을 비판하면서도 주장의 내용은 새정치연합과 다르지 않다.

대안으로는 "근본적인 조세 개편과 세금혁명당 지향"을 내세웠다. 근본적인 조세개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부유층에서 걷어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고 있다고 했으니, 이들에게서 제대로 걷겠다는 뜻인 듯하다. 역시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합류한 '국민모임'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의 약자다. 정 전 장관의 합류로 잠시 주목받았으나, 아직은 정체성이 불투명하다. 야당에 실망하고 분노한 이들이 모였다는 것 정도가 알려진 전부다.

그러나 "실망했다" "우리는 다르다" 만 외쳐선 세력을 다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쟁자'인 야당의 잘못을 부각시키는데만 급급해서는, '새누리당을 심판하자'고만 했던 새정치연합의 모습과 다를게 없다.

정 전 장관도 연말정산 여야합의 때 '130석이나 되는 거대 야당'에 몸을 담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우선은 사과부터 하는 게 맞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