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테러방지 논의가 가속화될 조짐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 지도부는 일제히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면서 유감을 표명하고 "사법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엄단을 촉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여야가 이번 사건을 보는 시각차는 있다. 새누리당은 종북세력의 테러행위로 보고, 국가정보원 등의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개인적 범죄행위를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테러행위를 예방한다는 명복으로 국가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이 우려된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정보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테러대응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리퍼트 대사에 상해를 입힌 김기종씨에게 외국사절폭행죄 및 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흉기 상해, 업무방해 등이 적용되는데, 테러행위로 규정할 만한 내용은 없다는 게 이유다.
현행 테러관련 규정은 1982년 마련된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따르고 있다. 국무총리 주재 테러대책회의와 국정원장 주재의 테러대책상임위원회 등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법률이 아닌 대통령 훈령이어서 정부부처간 협조나 국가차원의 임무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일반국민에게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민간분야에 장비나 시설을 의무화 할 수 없고 금융거래 추적 등 예방업무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해외 진출 국민의 테러피해나 국내 다문화 사회로 인한 갈등요인 증가도 테러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현행 발의된 법안 중 대표적 테러방지법안은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2월에 대표발의한 ‘극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다. 이 법안은 터키에서 실종됐다 IS(이슬람국가) 조직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모군 사건과 IS 조직의 인질 참수를 계기로 2월16일 발의됐다. 새누리당 의원 72명의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만큼 힘을 싣고 있다.
제정안에 따르면 테러의 개념을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정부가 국가대테러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의 경우처럼 외국정부의 권한행사를 방해하거나 살해, 상해, 인질로 잡는 행위 등을 하는 경우도 테러 범규에 포함됐다.
법안의 처벌 수준은 형법에 비해 과중하다. 테러단체를 구성한 자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며 사형도 가능하다. 기획하거나 지휘하는 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김군처럼 외국 테러전투원으로 가입한 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자금조달이나 가입 권유, 테러 허위사실 신고의 경우에도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테러방지 규정도 마련됐다.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테러대책회의를 대통령 소속으로 끌어올리고 국가정보원장 소속으로 테러통합대응센터 설치 근거를 뒀다. 특히 테러통합대응센터장은 테러를 기도할 의심이 있는 자에 대해 정보수집 및 조사 권한이 주어진다. 테러우려인물로 판단되면 출입국 규제와 외환거래 정지, 통신이용 관련 정보 수집을 가능하도록 했다.
테러대책회의 내 상임위원장은 테러를 선전하거나 선동하는 표현물이나 위험물 제조방법을 인터넷에 유포시키지 못하도록 관계 기관장에게 협조할 수 있다. 아울러 테러계획을 신고한 자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하고 피해를 입은 자에 대해선 치료 및 복구에 대한 비용과 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 국정법원(제3조)은 대테러 정보수집, 배포기능만 규정돼 있어 테러방지활동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야당에서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 남용을 우려하고 있어 해당 기관장의 허가를 받거나, 정보수집의 필요성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엄격히 제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2013년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과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안’이 정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들 안은 △불분명한 테러 개념으로 인권 침해가 있을 수 있고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반정부단체의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비전시 상황에서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