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진보적 보수' 선언,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새누리당 개혁파가 전면에 부상할 조짐이다. 내년 총선, 2년 후 대선을 앞두고 개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다 현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대형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개혁 인사들의 세력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집권 중반인 3년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노선을 유지하려는 측과 개혁 세력간의 노선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개혁파 30여명 회동…모임 정례화=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개혁파 모임에는 16대 국회 미래연대, 17대 국회 수요모임, 18대 국회 민본21 등으로 어이진 당내 개혁세력에 참여했던 인사 30여명이 참석했다. 쇄신파의 '맏형'격인 정두언·정병국의원을 비롯해, 김성태 박민식 황영철 신성범 이이재 김상민 의원 등 현역의원이 10명 안팎에 달했고, 권택기·진수희·정태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원외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례적인 모임을 갖기로 했다. 정병국 의원은 모임 도중 기자들과 만나 "모든 의원이 모임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면서 "이 모임의 성격이나 모임의 방법, 시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해서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세력+유승민 원내대표 연대 가능성=이들 개혁 세력들의 움직임은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력이 작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양극화와 저성장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여당 내에선 '필패' 위기감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빠른 시일 내에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반전의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 실세들이 이름이 거론되는 대형 비리 의혹이 제기돼 여권으로서는 또한번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바꿔야 산다'는 개혁 목소리가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고 셈이다. 최근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약자에게 더 다가서는 '보수의 새 지평'을 선언한 유승민 원내대표측과의 공조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핵심부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고 있는 상태다. 당내 뚜렷한 지지세력이 형성돼 있지 않는 유 원내대표로서도 개혁세력들의 결집된 지지가 절실하다. 개혁 세력 입장에서도 유 원내대표와의 연대는 비주류라는 한계를 넘어서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우리가 15년 전부터 보수혁신을 주장했는데 마침 유승민 원내대표가 중도개혁을 통한 보수혁신의 기치를 다시 내걸었다"며 "우리는 바야흐로 낡은 보수의 시대를 끝내고 중도혁신의 신 보수 시대를 열어가야 할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집권 3년차 당내 노선투쟁 전망도=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아직 임기 중반을 채 돌지 않은 집권 3년 차라는 점에서 개혁파들의 전면부상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 정부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정책 기조가 바뀔 경우 5년간 추진하는 국가적 과제들이 엉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혁파들의 요구를 쉽사리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개혁파들의 결집 양상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 강도높은 '노선 투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내 최대 세력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무성 대표가 어떤 입장을 가질 지도 변수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냈던 목소리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할 여건이 갖춰진 셈"이라며 "새누리당이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국면을 맞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