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을 치르는 경기 성남 중원은 공단지역으로 노동자 등이 많이 거주해 야권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성완종리스트' 파문도 야권 후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선거를 10일 앞둔 19일, 성남의 민심은 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심판보다 지역구를 발전시킬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미 중원에서 17대·18대 의원을 지낸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의 '3선 의원' 프레임에 정환석 새정치연합 후보의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대표는 모두 성남 중원을 찾아 표심잡기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집권여당의 3선 의원'의 무게감을 피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날 모란시장 상인회와의 간담회에서 "(신 후보가) 당선되면 임기 1년밖에 안남았지만 우리 당에서 1년을 4년처럼 쓸 수 있도록 원하는 것을 다해준다고 약속했다"며 "원하는 당직도 맡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장을 맡게 해 예산을 많이 갖고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세를 함께한 이군현 사무총장도 "3선 의원 1명이 초선의원 30명과 똑같다"며 "집권 여당의 3선 의원은 정말 능력 발휘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모란시장 사거리에서 열린 정환석 후보 출정식에서 연단에 올라 '성완종 리스트'를 강도높게 질타했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최고 꼭대기에서는 썩은 내가 진동한다"며 "박근혜 정권을 우리가 확실하게 심판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선거는 서민경제와 민생을 파탄낸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고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선거"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살기 더 좋아진 사람은 새누리당을 찍어주고 살기 더 나빠진 분들은 우리 당을 찍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의 파괴력은 아직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성남 모란시장과 중앙지하상가 등에서 만난 시민들은 "성완종은 성완종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옷가게를 운영 중인 60대 노모씨는 "성완종은 성완종이고 (우리랑) 상관이 없다"며 "당장 성남을 발전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신상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집권 여당의 3선 의원이 되는데 그럼 성남을 위한 일을 할 때 추진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
"당이 아닌 후보를 보고 투표를 한다"고 밝힌 30대 남성 신모씨는 "지난 선거 때 이재명 성남시장을 뽑았고 실제로 모라토리엄까지 선언했던 도시를 세금 늘리지 않고 운영해나가는 것 보면 능력도 있는 것 같아서 만족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번엔 신상진한테 호감이 간다"고 밝혔다. 신씨는 "언론에서는 '성완종 리스트'를 보도하며 여당을 비판하지만 사실 정치인이 '그 나물에 그 밥' 아니겠냐"라며 "신상진 후보는 일단 이 지역구에서 2번이나 의원을 해서 친숙하고 깨끗한 사람인 것 같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 젊은 층들이 성완종 파문에 반감을 나타내면서도 투표 의사가 높지 않은 점도 새정치연합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매장을 운영 중인 30대 초반인 김모씨는 '성완종리스트'사건에 대해 "이완구 국무총리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역구 의원 1명을 바꾼다고 정권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우리에게 와 닿는 것이 없다보니 투표도 꼭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 20~30대 또래들 이야길 들어보면 누가 되든' 거기서 거기'라는 의견이 가장 강하다"라며 "대선처럼 큰 선거도 아니고 누가 재보궐선거에 관심을 갖겠냐"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으로선 부동층의 표심을 잡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50대 중반의 택시기사 최 모씨는 "지난 선거에서 야권 후보를 찍어줬다가 지금 이렇게 당(통합진보당)이 해체가 됐는데 또다시 유세에 나온 김미희 후보를 보니 좀 그렇더라"며 "그렇다고 야권연대에 책임이 있는 새정치연합 후보를 뽑자니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러면서 "여권 후보를 뽑자니 이완구 총리가 계속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 나와 마땅치 않다"며 "앞으로 1주일 동안 여야가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보고나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