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닫고 눈감은 유승민, 목청 높인 새정치…정치권 회오리

김성휘 기자
2015.06.01 18:50

[the300]여론에 촉각…與 유승민 성토에 김무성 봉합시도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원내대표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다"고 유 원내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2015.6.1/뉴스1

시행령·시행규칙 등 행정명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요구권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에 박근혜 대통령이 정면 반대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김무성 대표가 수습에 나서는 등 당내 균열 조짐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연합은 청와대를 겨냥, 강력반발하면서 여론전 맞대응에 나섰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친박계뿐 아니라 쇄신파 일부도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공무원연금개혁법을 처리하라고 했더니 국민연금까지 연계되고 게다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정부 시행령까지 내줬다"며 "자성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박계인 김태호 최고위원도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원내대표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지난달 공무원연금법 등 일괄타결 협상을 위해 국회의 시행령 수정요구권을 강화하자는 야당 요구를 무리하게 수용, 사달이 났다는 인식이다. 성토가 이어져 분위기가 냉각됐다. 유 원내대표는 김 최고위원 발언 때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다.

청와대는 이번 국회법 개정을 삼권분립 위반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정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했다. 이와 관련 친박계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친박계 모임으로 불리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2일 제정부 법제처장을 국회로 불러 '국회법 개정안 위헌논란' 발표를 듣는다.

유 원내대표는 말을 아끼면서도 국회법 개정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법조문의 '처리한다'는 말은 '강제성이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며 당청 갈등 양상에는 "건전한 관계를 위한 진통"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 처리 관련 당청 갈등에 이어 또 한 번의 여야 협상결과를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갈등하는 그림이 되자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협상 과정에서 유 원내대표를 밀어준 김무성 대표는 동분서주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 행사) 만약이란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대통령의 뜻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순 없다"며 진화에 부심했다. "유 원내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유 원내대표를 감싸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2015.6.1/뉴스1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발표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삼권분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을 듣는데 청와대가 계속 딴지를 거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결코 위헌이 아니라 오히려 시행령의 위헌적 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당 중진도 가세했다. 변호사 출신 신기남 의원은 "무분별한 정부 시행령을 견제하려는 국회의 입법권 행사를 삼권분립 침해로 규정한 것은 참 한심하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도 '법률에서 구체적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을 만들 수 있다'는 헌법 75조를 제시하며 "대통령께서 헌법 75조를 잘 읽어보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나 6월 국회 보이콧과 같은 초강수엔 나서지 못했다.

법을 넘어서는 시행령의 존재가 위헌인지, 거꾸로 시행령을 국회가 건드리는 게 위헌인지 논란이 있는 만큼 여론 추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자칫 의사일정이 마비되면 야당이 고스란히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문재인 대표는 "6월 국회는 많은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민생국회이고 그런 가운데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말했다.

지도부의 청와대 비판이 이번 국회법 개정의 타당성 강조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등 자체 집계한 '일탈 시행령' 11건을 공개하고 "법안과 충돌하는 것을 고치겠다는 것이지 야당에 거슬리는 시행령을 고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개정된 국회법은 오는 5일께 정부로 이송될 전망이다. 그때까진 청와대와 여야 모두 각자 논리로 대국민 설득에 주력한다. 여야가 이처럼 국회법 논란과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상황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국회 의사일정 논의를 위해 이날 예정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만남은 취소됐다.

새정치연합은 2일부터 1박2일 진행하는 의원 워크숍에서 '법 위의 시행령' 사례를 모은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말이 전부가 아님을 국민 상대로 설득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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