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안의결·이송연기·쟁의심판?…여야, '거부권' 막기 고심

진상현 김태은 박경담 기자
2015.06.05 05:47

[the300](종합)국회법 개정안 정부이송 11일로 늦춰…김태호 '유승민 사퇴' 재차 요구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막기 위한 묘수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국회에 행정입법 수정요구권을 주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실제로 대통령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와 정부, 여당과 야당, 청와대와 여당 등 정치 주체들 사이에 커다란 후폭풍을 남길 것이라는 공통 인식때문이다.

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을 최대한 늦추기로 하면서 해법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다. 정 의장은 개정안의 정부 이송을 11일께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 이송에 보통 1주~2주일 정도 걸리는데 최대한 늦춰보는 것"이라며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26일(금)까지 결론을 내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 중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라는 조문에 대해 새누리당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정안이 '3권 분립'에 위배되고 정부 행정입법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상태다.

여야는 전날 원내수석들이 만나 조율을 시도하는 등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견해차가 여전하지만 극단적인 충돌은 막아야 한다는데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당 의원워크숍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강제 규정은 맞지만 이행 강제 방법은 없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의무규정'이라는 절충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는 오는 11일까지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내용을 수정해 의결하는 번안 의결도 가능하다. 번안 의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정안이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야당을 상대로 박 대통령이 받아들일만한 내용을 반영해 재의결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여야간에 위헌 소지를 해소할 때까지 개정안의 정부 이송을 무기한 미루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언제까지 정부에 이송해야 한다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준에서 늦출 수는 있어도 무기한 미루는 것은 정해진 절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서 "여야가 합의해서 요청이 온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여야가 개정안에 대한 해석차이를 최대한 좁힌 후, 박 대통령은 법안을 의결하고, 동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함께 내는 것이 극단적인 충돌을 막는 현실적인 안으로 보고 있다.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고 정부가 우려하는 위헌 소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권한쟁의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여당이 상임위선에서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를 막을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갈등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해결에 집중하자는 당 지도부 목소리도 소용이 없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수습을 하는 데 유승민 원내대표가 용기 있는 결단으로 결자해지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이끌었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요구한 것이다.

친박계 이정현 최고위원도 "결과적으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요소가 다분하고 행정법에서 부령, 시행령 등이 많이 지연돼 나중에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많다"며 "청와대에서 거부권에 대한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해서 명쾌하게 이 부분은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국회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와 소통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소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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