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요청' 정의화 중재안, 野 수용 여부 논의(종합)

진상현,구경민,김성휘,하세린 기자
2015.06.09 18:47

[the300]정부재량 넓히도록 표현 수정, 野 내부 이견 정리 관건

정의화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사랑재에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장회사 CEO 오찬간담회에 참석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15.5.28/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시행령(행정입법) 통제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 우려를 들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여야 협상카드로 등장하면서 미세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정 국회법은 이미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재개정 의결하지 않고 정부에 이송하기 전 국회의장 권한으로 일부 자구를 수정할 수 있다. 여야 모두 큰 틀에선 현재의 개정안이 위헌 요소가 없다고 보는 만큼 이런 방식으로 접점을 찾을 전망이다. 청와대 요구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야당이 의원총회 등 당내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낙관은 이르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의화 의장은 최근 여야에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일부 문구를 조정한 중재안을 새롭게 제시했다. 중재안은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검토하여 처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를 통해 정부 재량 범위를 넓혀주는 실질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청'은 '요구'보단 강도가 약하고 '요구'는 그 대상자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반면 요청은 강제성이 상당부분 희석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회의 시행령 조정 요구 그대로 '처리'하기보다 자체 검토 여지를 두자는 중재안 내용도 정부의 재량을 인정해주는 의미가 있다.

이는 정 의장이 국회의장 의견제시 형태로 국회운영위에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보다 강제성이 완화된 것이다. 정 의장은 개인 소신보단 일단 교착상태를 풀어 청와대가 수용가능한 법률을 이송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도 중재안을 지지하면서 새정치연합이 이를 수용하길 바라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당 통일경제교실이 끝난 후 "의장이 행정부에 보내기 전에 자구수정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러한 모든 방법을 동원 해서 위헌소지가 완전히 없는 것으로 해서 (법안을) 보내는 것이 옳다"면서 "그것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간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당 입장에서 의장 중재안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야당이 어떤 입장을 정할지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오전 회의를 마치고 정회가 선포된 뒤 청문회장을 찾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황 후보자와 이 원내대표는 경기고 72회 동기로 '40년 지기'다. 2015.6.9/뉴스1

새정치연합 내부엔 온도차가 있다. 최원식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요청' 표현과 '검토 후 처리' 문구에 대해 "그 정도까지는 괜찮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원내지도부도 '요구'를 '요청'으로 하는 것만 검토하는 것이지 뒤에 것(처리해 보고한다)은 검토의 여지도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원칙대로 또 표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야당 또한 의장 중재안을 통한 상황 타개를 바라는 기류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10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입장 정리를 위해 의원총회를 연다. 국회법 처리 방향이 공식 안건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회법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으로 정치권이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여야의 공감대가 있다"고 합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 의장은 11일께 개정 국회법을 정부에 이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의 내용을 수정하자면 본회의를 열어 번안의결을 해야 하지만 국회법 제 97조 등에 따르면 일부 자구수정은 국회의장이 결정할 수 있다.

한편 현재 정부 이송을 기다리는 개정안과 의장 중재안에 의미 차이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변호사 출신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요구든 요청이든 법조문에 쓰는 용어도 아니고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여야가 타협에 노력한다는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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