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백범 김구 자손들의 '까방권'과 친일파 후손들의 '까임권'

유동주 기자
2015.08.15 14:15

[the300] 독립유공자·친일파 '후손들'에 대한 평가…과연 공정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광복절 임시공휴일인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 묘소를 방문해 헌화 및 분향한 뒤 비석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양 전 보훈처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다. 현재 김양 전 처장은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와일드캣’이라는 해상작전헬기 도입에 군 수뇌부를 상대로 로비를 했고, 해군은 그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시험평가를 통과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처장은 1990년대 초부터 프랑스 방산업체 한국대표를 했었고,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수석고문 등으로 근무하는 등 방산업계에서 일해 온 소위 ‘무기브로커’다. 그를 '무기브로커'라 감히 부른 사람들은 없었지만 그가 그런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상하이 총영사', MB정부에서 '국가보훈처장'이라는 고위직 공무원을 역임했다.

역대 정권은 김양 뿐 아니라 그의 부친이자 백범의 아들인 김신도 중용했다. 김신은 공군에서 오래 복무하다 1961년 5·16 쿠데타에 참여했고 국가재건최고회의 위원이 됐다. 이후 제6대 공군 참모총장, 교통부 장관, 주 타이완 대사를 지냈고 유정회 소속 국회의원도 지냈다.

김양이 외국 방산업체에서 오래 일할 수 있던 것도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아버지 김신의 후광 덕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1990년대 외국 방산업체에서 일했던 이를 상하이 총영사와 보훈처장에 임명한 것 부터 어울리지 않는 인사였다는 평가도 이제야 나온다.

김양의 형 김진도 국민의 정부시절 대한주택공사 감사를 지냈고 이후 참여정부에서는 사장이 됐다. 김진 역시 참여정부 시절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두 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았다. 김진은 김구의 장손이다.

김구의 손녀이자 김양의 동생인 김미 씨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으로 빙그레 회장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호연 김구재단 이사장의 부인이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상당수가 리어카를 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유독 백범의 후손들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왔다. 역대 정권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상징하는 김구 후손들을 중용한 건 이를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무결점의 인물로 영웅화 되고 신격화 돼 있는 김구 선생의 후손들이 백범의 후광으로 사회에서 ‘대접’받아 온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어야 한다. 나머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에 대해서도 돌아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양 전 처장은 보훈처장 시절 소관 법안인 ‘독립유공자피탈재산 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형적인 ‘행정관료’ 입장에서 실정법상 어려움과 재원의 부족만을 강조했다. 특별법은 일제강점기 재산을 뺏긴 독립유공자들의 재산을 회복해주자는 내용이었다.

보훈처가 소극적으로 나오자 오히려 당시 김용태, 김영선 새누리당 의원이 보훈처가 독립유공자들을 위한 '보훈'기관임을 상기시키는 등 특별법에 대해 소극적인 보훈처를 질타했다.

그러나 김양 보훈처장 시절의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피탈재산 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 논의과정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소극적인 조사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네티즌 용어로 '까방권'이란 게 있다. '까방권'은 일종의 '면죄부'로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비난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권리다. 보통 본인이나 조상이 객관적으로 올바르고 좋은 일을 했을 경우 부여된다고 여겨진다. 백범 후손들의 경우 백범 사망후 66년간 '까방권'은 물론 각 정권으로부터 '우대권'까지 부여받았다.

반면 친일파 자손이라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 된 '까임권'이었다. 신기남 의원, 조기숙 교수를 비롯한 여야 많은 인사들이 '조상을 잘 못 둔 죄'로 자신들의 삶과 관련없이 '까임'을 당했다.

최근엔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용기있게 자신이 친일파 후손임을 밝히며 부끄럽게 여기는 만큼 올바르게 살겠다는 글을 올려 큰 찬사를 받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지금, 독립유공자와 친일파 후손들을 그들 자신의 삶이 아니라 오로지 '조상들의 삶'으로만 재단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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