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 통했다 vs사과 빠졌다' 고위급 접촉 평가 엇갈려

박소연 기자
2015.08.25 11:45

[the300]무박 43시간 마라톤 협상, 남북 득실은...

25일 43시간에 걸친 남북 고위급 협상에서 타결을 이끌어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 총정치국장. /사진=뉴스1

무박 43시간 동안 진행된 '남북 2+2 접촉'이 25일 극적으로 타결,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감은 고비를 넘겼고 악화일로였던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는 반전을 이끌어냈다. 이번 협상으로 인한 남북의 득실을 따져봤다.

◇유감 표명·확성기 방송 중단 '맞교환'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지난 4일 북한군의 DMZ(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과 이에 따른 우리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20일 북한의 포격도발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시작됐다.

협상 난항은 예정된 일이었다. 남측은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도발 자체를 부인하며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 중단을 요구하며 초반부터 강대강으로 맞섰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약 10시간 동안 이뤄진 1차 접촉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남북이 23일부터 무박 4일에 걸친 2차 접촉에서 합의를 이뤄낸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직접적 사과 대신 '유감 표명' 선에서 타협점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측이 도발을 부인한 초기 주장을 완전히 뒤집을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지뢰도발 피해장병에 대한 유감 표명'이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극적 타결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함으로써 북한의 요구도 수용됐다.

이와 관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가 '재발방지 약속'과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만큼 남측으로서도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을 얻은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후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과 관련해 경기도 용인의 제3 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해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南 원칙론 통했다" vs "北 사과 빠져" 평가 엇갈려

남과 북이 표면적으로는 서로의 요구사항을 주고받았으나 실질적 득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도발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적 충돌을 눈앞에 둔 위기와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 협상에도 타협과 보상에 응하지 않고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승부수를 통해 '사실상의 사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21일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군의 도발을 '범죄행위'로 명명하고 "추가 도발 시 단호하게 응징하고 북한 도발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밝히며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응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며 장기화된 남북 긴장 속에서도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며 협상 타결이 이뤄낸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박근혜정부로서는 이번 협상으로 북한의 최근 도발로 인한 긴장해소뿐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교류 개선이라는 성과도 얻게 돼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명시적인 '사과'와 '재발방지'가 빠진 이번 협상 결과가 '반쪽짜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뢰도발의 주체를 밝히지 않은 것은 합의문 작성을 위한 '묘안'이었지만 결국 우리측이 '양보'한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우리 정부에서 '재발 방지 약속'과 동일한 의미라고 밝힌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전제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추후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 결과는 오는 9월 남북 당국회담 등에서 세부 쟁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확실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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