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뒷맛 씁쓸한 심학봉 의원 제명

박경담 기자
2015.09.17 05:40

[the300]

찬성 14표 반대 0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심학봉 무소속 의원(새누리당 탈당) 제명 건에 대해 내린 선택이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윤리특위 위원들의 결정은 단호했다. 지난 달 4일 제출된 심 의원 징계안이 40여 일 만에 처리된 점도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징계안 논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심 의원 제명안이 윤리특위 징계심사소위원회에서 본격 논의된 7일까지만 해도 같은 당 동료였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이들은 심 의원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제명 결정 내리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징계소위 여당 의원들의 주장은 옹색한 면이 적잖았다. 심 의원 소명서가 이미 윤리특위 위원들에게 제출됐고 징계소위 출석 요구에도 심 의원 스스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 의원 제명논의를 가속화시킨 주체는 윤리특위가 아니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다. 징계소위 다음 날(8일) 김 대표가 '심 의원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윤리특위는 부랴부랴 회의를 다시 잡아 이날 제명안을 가결했다. 윤리특위는 '제 식구 감싸기'에 이어 '독립성 실종'이라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심 의원 사건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윤리특위 개혁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그 동안 국회의원 징계 건은 동료 의원 심사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19대 국회만 봐도 25건의 국회의원 징계안 중 의결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제2의 심학봉'이 나와도 현행법 아래서는 윤리특위가 제대로 역할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윤리특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윤리특위 위상을 높이고 징계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홍일표법' 역시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만 된 채 관련 논의는 전혀 없다.

홍 의원이 이날 "밀려있는 징계안을 빨리 처리하자는 의견이 (징계소위에서) 나왔고 그렇게 추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대목은 그나마 희망을 걸게 한다. 동료 의원에 대해 '솜방망이'만을 들이댔던 윤리특위가 모처럼 내놓은 결과물을 계기로 '철퇴' 사용법도 익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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