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해병대 2사단에 배치된 신모 일병(30)은 '행동이 느리다', '군기가 빠졌다'는 등의 이유로 선임병들의 구타와 욕설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그러나 2사단 헌병대는 이들을 형사입건하지 않고 영창과 타부대 전출 등 징계 처분을 하는 데 그쳤다.
이후 가해자 3명이 부대를 떠났지만 다른 선임병 4명은 부대에 남아 보복성 가혹행위를 했고, 결국 신 일병은 6월28일 생활관 3층에서 투신해 자살을 시도했다. 해병대사령부의 재수사 결과 가해자는 7명으로 늘었으며 이 중 2명은 구속됐다.
군 내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4년간 연평균 7600명 이상의 폭행 및 구타·가혹행위 가해자가 징계입창에 처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창제도가 형사처벌해야 할 범죄 가해자를 '봐주는'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육·해·공군 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징계입창 사유별 현황'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폭행 및 상습가혹행위로 영창처분을 받은 병사는 3만517명으로 전체 징계입창 인원 6만1726명의 49.4%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1년 8220명, 2012년 8002명, 2013년 6914명, 2014년 7381명으로 매년 7000~8000명에 육박했다.
이 밖에도 지난 4년간 강도·절도·사기로 인한 징계입창이 총 2157건, 성적 군기문란이 1493건으로 나타났다.
한편 영창처분의 적법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06년 도입된 인권담당 군법무관은 지난 4년간 영창징계 7만3866건을 심사해 총 4만2740건(58%)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반면, 무려 3만1126건(42%)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법무관은 특히 지휘관의 영창징계에 대해 '양정 부적정'(3만31건)에 대한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했으며, '중대한 절차 하자'(696건), '징계사유 불해당'(399) 의견도 제시했다.
군법무관의 '부적법' 의견이 절반에 가깝지만, 이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4년간 인권담당 군법무관이 심사한 7만1540건 중 4269건에 대해 징계권자가 의견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영창징계 제도가 '지휘권 확보'이라는 명목 하에 부적법한 지휘관의 신체구금은 남용하고, 반대로 중대 범죄는 묵인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현재 군에서 폭행이 행정명령인 영창으로 끝내느냐 사법절차를 밟느냐가 매우 자의적으로 판단된다"며 "군 내 가혹범죄를 확실히 근절하려면 폭행은 일반 사회와 같이 원칙적으로 기소를 해야 한다. 폭행이 경미하다면 재판 결과 무혐의나 무죄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영창 대신 형사처벌 하는 것이 가혹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민간검찰과 달리 군 검찰은 직접수사가 불가능하고 헌병대를 수사할 지휘 권한이 없어 검찰관이 사건을 인지하기 어렵다"며 "지휘관은 자신 부대의 일을 형사사건화 하면 부담이 있기 때문에 영창으로 끝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창제도는 죄형법정주의와 영장주의 위반이라 궁극적으로는 폐지가 맞다고 본다"며 "행정처분도 영장주의에 입각하자는 취지에서 노무현정부 때 인권담당 군법무관을 만들었는데, 지휘관들이 이를 매년 1000건 이상씩 무시한다면 이마저도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해병대 2사단의 신일병 투신자살 사고는 현 영창제도의 자의적 운용이 낳은 불행한 사고"라며 "군판사가 영창처분을 심사토록 하는 등 장병인권 보호와 군내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영창제도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