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왼손잡이 기자와 '올바른' 교과서

김성휘 기자
2015.10.14 16:02

[the300]교과서 명칭부터 획일성 강요하면 안돼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이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2015.10.13/뉴스1

기자는 왼손잡이다. 엄밀히 양손잡이긴 하다. 글씨는 오른손, 수저를 들거나 가위질·양치질 등은 대부분 왼손이다.

부모님은 그냥 놔두면 100% 왼손잡이가 되겠기에 회초리(정확히는 먼지털이)까지 들어가며 최소한 연필 잡는 것은 오른손으로 바꿨다고 한다. 아들이 왼손잡이로 겪을 불편과 함께 남들 시선을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에선 왼손잡이를 짝배이(왼짝배기)라고 불렀다. 요즘 듣기에 썩 좋은 어감은 아니다. 한 지역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왼손잡이는 환영받지 못했다.

왼손과 달리 오른손은 대접 받았다.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하는 표현만 해도 그렇다. '오른'은 발음도 '옳은'과 같다. 국어사전에서 '올바르다'를 '옳고 바르다'라고 풀이한다. 이런 언어체계에서 오른쪽은 옳은 쪽이고, 또한 바른 쪽이다.

왼손잡이를 터부시하는 데 문화적 배경이 있을테고 꼭 우리나라만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은연중에 차별과 배타성을 드러내곤 하는 우리 사회의 특질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틀리다'(wrong)와 '다르다'(different)를 구분하지 않는 것도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다른 것은 다른 것, 틀리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그건 달라"를 무심코 "그건 틀려"라고 말하곤 한다.

언어는 생각을 반영한다. 오른손과 틀리다의 사례에서 보면 우리에겐 대다수와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나 옳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 일종의 집단무의식이 있는 것 같다. '다 같은 생각을 해야지, 괜히 혼자 다른 생각 따위는 해선 안 된다. 혹여 그랬다가는 손해를 본다'는 식이다. 교과서 논란에도 이런 집단무의식이 짙게 배어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머니투데이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발표 14일). 지난 12~13일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유·무선 전화 병행, 임의전화걸기(RDD). 응답률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머니투데이

정부는 2017년부터 사용할 중·고교 한국사교과서를 1종의 국정교과서로 단일화한다며 그 명칭을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정했다. 물론 균형잡힌 역사인식을 갖추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북한 주체사상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공산주의 혁명을 가치관으로 삼는다면 용납할 수 있을까. 황교안 국무총리가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사상의 자유가 모든 사상을 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렇대도 '올바른교과서'란 이름은 적절치 않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네이밍이다. 내가 올바르면 남은 올바르지 않다는 뜻이 된다. 이 교과서와 다른 내용은 전부 '틀린' 셈이니 획일적·폭력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현행 교과서들이 그토록 문제라면 검·인정을 강화하면 된다. 그동안 검정과 검증을 제대로 못한 교육부도 엄중 문책할 일이다. 그럼에도 국정화가 돌이킬 수 없고, 여론도 공략해야 한다면…. 이름이라도 '통합'이나 '단일'교과서, 아니면 있는 그대로 국정교과서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