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를 막기 위한 '불효자식방지법'이 발의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도 학대받은 노인이 재산증여를 철회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정책토론회 '불효자식방지법 민법의 권위자에게 듣는다'에서 "대륙법 국가에서는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증여자가 일방적으로 증여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어 "증여는 호혜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망은(忘恩)행위는 이러한 호혜성의 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으로 망은행위를 한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제재(증여의 철회)가 가해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정책연구원 대한변호사협회 민병두 이언주 의원실에서 공동주최했다. 윤진수 교수는 학계에서 민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앞서 민병두 의원은 재산을 증여받은 후 부모를 학대하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망은행위로 인해 증여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이미 이행한 부분까지 해제의 효력을 미치게 해 원상회복이 가능케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불효자식방지법'(민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진수 교수는 현재 망은(忘恩)행위로 인한 증여 해제의 사유를 현행 '범죄행위'에서 '범죄행위, 학대 그밖에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단순한 범죄행위라는 표현만으로는 망은행위를 다 포섭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망은행위에 따른 증여 해제의 경우 현행법과 달리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망은행위로 인한 해제를 인정할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망은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증여가 이행된 이후가 대부분인데 이미 이행된 부분을 청구할 수 없다면 수증자의 망은행위에 대한 제재는 불가능하게 된다"며 "(독일 오스트리아 등) 검토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이어 반환청구로 인해 증여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것은 망은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망은행위의 해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토론자로 나선 진형혜 법무법인 GL 변호사는 "우리나라 민법에서 △해제 △해지 △취소는 개념적으로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며 "해제 개념의 핵심은 기존의 행해진 법률행위의 효과를 소멸시키되 장래는 물론, 기존에 있었던 행위의 효과까지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변호사는 "민법에서 규정한 증여의 해제 개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미 이행된 증여는 제외하고 있는 현행 민법 제558조는 잘못된 규정이며, 민병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처럼 민법 제558조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효자식방지법이라고 해서 일부에서는 이 법이 효도를 강조하는 법이라고 하는데 이 법은 효도를 강제하는 것 아니라 최소한의 불효를 막는 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