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6000만원 줬는데 폭행·폭언만…" 노인학대, 법으로 막는다

"자식에 6000만원 줬는데 폭행·폭언만…" 노인학대, 법으로 막는다

박다해 기자
2015.08.24 18:2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 민주정책연구원·대한노인회 '불효자식방지법' 토론회 개최

'불효자식방지법'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 왼쪽부터 장진영 변호사, 민병두 의원, 황진수 대한노인회 이사, 이현민 중앙노인보호 전문기관 부장/ 사진제공=민병두 의원실
'불효자식방지법'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 왼쪽부터 장진영 변호사, 민병두 의원, 황진수 대한노인회 이사, 이현민 중앙노인보호 전문기관 부장/ 사진제공=민병두 의원실

"둘째 딸이 집을 사주면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겠습니다"라고 했어요. 자식이 그러는데 어느 부모가 (안주겠냐)…6000만원을 주고는 돈이 없어서 '용돈 좀 다오'했더니 50만원 줬어요. 그런데 (50만원) 안갚는다고 나보고 나가래요. 모시겠다고 해놓고…딸이 아버지에게 사기친 것 아녀요. 그리고 아들네를 갔더니 (이번엔) '내가 큰 아들인데 돈을 안주냐'고 하면서 쫓아냈어요. 안나가니까 폭행, 폭언하고…"

김진동(78·가명)씨는 연신 "이런 자리는 처음 서본다"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털어놨다. 24일 민주정책연구원과 대한노인회,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불효자식방지법' 정책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일부 노인들은 김씨의 말에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 부모 폭행 시 상속재산 환수 가능해진다

민병두 의원과 민주정책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12일 발의한 '불효자식방지법' 발의과정을 소개하는 한편 향후 법안 심사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

민 의원이 발의한 '불효자식(호래자식)방지법'은 민법과 형법 개정을 통해 노인학대를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김씨의 경우처럼 재산을 상속받은 뒤 정작 부양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학대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 이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노인학대 유형은 5772건(중복집계)으로 정서적 학대 2169건(37.6%), 신체적 학대 1426건(24.7%), 방임 983건(17%), 경제적 학대 521건(9%)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는 아들이 1504명(38.8%)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588명·15.2%)와 딸(476명·12.3%)이 뒤를 이었다.

현행 민법은 자녀(수증자)가 재산을 증여받은 뒤 부모(증여자)에 대해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증여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이미 상속받은 재산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돼 있다.

민 의원은 이같은 민법을 개정, 계약을 해제할 때 이미 상속된 재산도 원상회복이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딸에게 6000만원을 증여한 김씨의 경우 딸이 부양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 해제를 통해 다시 해당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또 부칙을 통해 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부터 해당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형법 개정안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도록 한 존속폭행죄의 '반의사불벌'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모가 고소를 하지 않거나 고소 뒤 합의서를 제출하더라도 존속폭행에 대한 수사와 공소제기가 모두 가능해진다. 가해 자녀에 대한 처벌을 명시화함으로써 존속폭행에 대한 예방효과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불효자식방지법' 토론회 경청하는 참석자들/ 사진제공=민병두 의원실
'불효자식방지법' 토론회 경청하는 참석자들/ 사진제공=민병두 의원실

◇"'반의사불벌죄' 폐지는 신중해야…자녀 처벌 원치않는 경우 대부분"

이번 토론회에선 △치매 등으로 판단능력을 상실한 경우 상속계약 해제의 진실성 △학대받은 부모가 자식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 여부 △존속폭행 신고의무자 적용범위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고령이나 치매 등으로 노인의 판단력이 흐려진 경우 상속계약 해제 의사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현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 역시 정신적 제약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보호체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판단 능력이 흐려져 직접 고소 등을 통해 법적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민법의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하게 되는데 이 때 성년후견제도 청구권자는 본인을 포함, 배우자와 4촌이내의 친족 등이다. 학대행위자의 대부분이 친족임을 고려할 때 학대행위자와 청구권자가 겹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장은 또 반의사불벌죄 폐지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노인 대부분은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워서 내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학대사실을) 외부로 알리기 보다 모든 피해를 본인이 몸소 막아내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부모·자식 관계의 특성 상 피해노인 대부분이 자녀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을 꺼리는데다 동거비율이 높고 경제적·심리적으로 의존관계인 경우가 많은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설사 자식이 알코올중독자라고 해도 처벌을 하기 보단 중독장애에 대해 치유를 받고 직장을 구하는 등 사회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설명이다.

황진수 대한노인회 이사는 "실제로 몇년 전에 중국이나 싱가폴처럼 의무적으로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도록 하는 법안을 논의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노인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밝혔다.

봉양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각자의 상황이 있기 마련인데 이를 이유로 자식이 징역형을 살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 결국 해당 법에 대한 논의는 무산됐다. 만약 섣불리 처벌만 강화할 경우 오히려 노인학대가 더욱 은폐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불효자식방지법'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운데)/ 사진제공=민병두 의원실
'불효자식방지법'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운데)/ 사진제공=민병두 의원실

◇ "부모 폭행해도 수사조차 못하는 관행 개선…예방적 의미 크다"

'반의사불벌' 규정을 폐지하더라도 자식이 부모에게 사과할 경우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정란 서울 YWCA 회장은 "반의사불벌죄 부분을 완전히 삭제하면 용서를 비는 단계까지 무시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가식이든 진심이든 일단 부모님께 무릎꿇고 빌었을 땐 용서할 수 있는 범위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징역' 등 처벌보다 '선도'하는 의미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회장은 대신 존속폭행에 대한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넓혀달라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는 병원 간호사 등도 신고할 수 있는데 이 범위를 조금 넓혀 편의점이나 은행 근무자 등도 신고의무자 범위에 포함시켰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속이나 증여 시 계약서나 각서를 필수적으로 작성하도록 사회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 실무를 담당한 장진영 변호사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르신께서 증여를 했다가 해지를 한다고 해도 이 과정이 합당한 지 따지는 법적과정을 거쳐 재산환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나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상속재산이 제3자에게 매각된 경우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또 형법 개정안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면 아예 수사조차 못하게 돼 있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수사는 진행하되 경찰을 부르는 과정에서 화해를 하거나 다른 보호조치를 가동할 수 있다. 무조건 처벌하자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을 주재한 민병두 의원은 "민법, 형법 등 사회적기본법은 특히 바꾸는 것이 쉽지 않고 반론이 있어 이를 짚어보는게 중요하다"며 "특히 형법에 대해선 (제기하신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개정안을 통해 존속폭행을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범죄'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불효자는 운다지만 부모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불효자를 벌주겠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갈등을 방지하는 넓은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효도를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 "부끄럽다"면서도 "새정치연합이 '효도하는 정치, 효도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