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일 것이다. 탈박(탈박근혜)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김무성·유승민 등 다른 탈박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배신의 정치'라고판결내린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나, 잊을만하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발로 정치행보에 태클이 들어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는 달리 박 대통령은 '항명파동'으로 정권 초반을 얼룩지게 한 진 의원에 대해 단 한번 비난이나 원망을 표한적 없다.
사퇴 당시에도 박 대통령은 진 의원을 붙들고자 했다. 2013년 9월 22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의사가 전해진 후 3일 후인 25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진 의원에게 정홍원 국무총리를 보내 "사의는 없는 일로 하겠다"는 메시지까지 보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뜻은 완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 장관을 세종시 총리집무실에서 만난 정홍원 총리는 장관직 수행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하려는 진 장관의 말을 아예 들으려하지 않았다. 진 장관이 사의와 관련된 말을 꺼내면 "아, 그 얘기는 꺼내지 말라"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
정 총리와 한 시간 가량을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며 진 장관이 사의를 전달했지만 정 총리는 "진 장관이 사퇴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 진 장관에겐 사후통보뿐이었다. 어떻게해서든 진 장관의 사퇴를 만류하도록 한 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기 위한 정 총리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진 의원이 찬성 측에 섰음에도 박 대통령은 그를 2012년 한나라당에서 정책위의장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불러들이고 박근혜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결정적으로 세종시 수정안 찬성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눈밖에 났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새누리당 내에선 박 대통령이 진 의원을 판사 출신의 엘리트이면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사심이 없는 정치인으로 봤다고 알려져 있다. 진 의원도 이러한 대통령의 성향을 모를 리 없다. 장관직 사퇴 파동 당시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도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는 등 자신의 행보를 자리와 연관짓는 억측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영 서울시장 후보설'은 일찌기 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부터 언급되기 시작했다.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카드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출마 준비는 커녕 당 의원총회에조차 나타나지 않고 반년 넘게 숨죽여 지내면서 이 같은 설을 잠재워야 했다. "겉으로는 웃는 낯으로 지냈지만 안으로는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었다"는 그의 회고는 박 대통령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해보여야 했던 시간들에 대한 고백이다.
그를 더욱 옥죈 것은 당에서도 팔다리가 묶인 채 옴짝달싹 못했기 때문이다. 진 의원은 비록 장관직은 아니지만 당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있을 것으로 믿었다. 박근혜정부 대선공약을 법제화·정책화하는 일에 힘을 보탤 수 있길 바랐고 이를 타진했다.
진 의원에게 냉랭했던 당 분위기 속에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친박계를 중심으로 그를 배신자 취급하며 청와대와 갈등이나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입을 열까 견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진 의원이 사퇴한 배경을 박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파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