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다. 만산홍엽이 절정인 이즈음이 되면 여의도 정가는 으레 '예산정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올 가을 우리 국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이념정국'에 이어 일찌감치 '총선정국'으로 돌입했다.
청와대 참모나 장차관 출신들이 내년 4월 총선에 앞 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의 한 의원은 "서울 강남, 대구 등 여당 텃밭에서만 출마하려한다"며 야당의 현역의원이 있는 수도권 출마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경북 등 이른바 'TK예산'은 대폭 증액된 반면 그 외 지역은 제외됐다고 야당은 반발한다. 총선채비에 나선 행정자치부 장관은 낚시에 앞서 밑밥을 뿌리듯 자신의 고향에 수십억원의 특별교부세를 배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연말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직후 야당이 모든 국회일정을 거부하면서, 예결위 예산심사는 여당 의원들만 참여한 반쪽 심사로 마무리됐다.
예산안 증액 및 감액의 열쇠를 쥔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가 12일부터 활동을 시작하지만 여야간 정치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총선용 예산' 검증에 타깃을 고정시킨 듯 하고 여당은 경제활성화법안과 연계해 최악의 경우 예산안의 '정부원안' 처리를 시사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이를 통해 정부정책의 어떤 부분을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따져야 하는 예산심사 본연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념과 '정치적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책국회'가 실종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 되려면 결국 유권자들의 현명한 '한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정치인에 대한 선택 기준은 수백 가지다. "후보자와 가까우니까··· 내가 좋아하는(싫어하는) 대통령과 친해서··· 정권심판을 위해서··· 정권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 우리지역 발전에 저만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X가 그X 아닌가··· "
어느 하나 나름 일리가 있다. 차이가 있다면 '나와 우리'의 이익이 중요한지, 그보다는 국가적 대계나 공익에 더 큰 가치를 두느냐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해져야 할게 정치인의 정책역량이다.
정치인이 어떤 정책에 방점을 두고 어떠한 법안을 만들었는지는 정파나 계파를 떠나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미디어에 등장하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을 일삼거나 '보여주기식' 법안으로 일관하는 정치인을 솎아낼 수 있을 때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당선= 생존'인 정치인은 투표성향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정치꾼이 아닌 제대로 된 정치인의 선행조건은 유권자의 '제대로 된 투표행위'이다. 내년 총선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매의 눈'으로 관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