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을 둔 가구의 월평균 자녀 사교육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만원을 넘어섰다. 통계청 집계다.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24만4000원으로 정부의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3년 연속으로 늘었다.
통계가 특성화고에 다녀 입시용 사교육이 필요없거나 일반고에 있지만 대학 진학 의향이 없는 학생까지 포함한 평균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사교육비 수준은 이보다 몇 곱절 높다. 지역이나 계층간 차이는 있지만 자녀 학원비로 한달에 1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사례를 찾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
통계청 발표를 두고 "피아노·태권도 학원비만 20만~30만원"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계가 맞다면 애 넷도 낳겠다"는 비아냥이 각종 인터넷 포털을 뒤덮는다.
생활이 빡빡하더라도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면 교육비를 줄이기 어렵다는 게 한국사회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통적으로 한단계 높은 계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사다리가 교육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뒤처지지 않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졌다.
결혼 8년차 이신영씨(40)는 "사교육을 안 하면 아이가 도태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맞벌이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 돈이 들더라도 학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씨가 7살 난 아이의 태권도와 영어 학원, 학습지에 쓰는 돈은 매달 70만원.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씨 월급의 3분의 1이 넘는다.
계층 이동의 고리가 약해지면서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들이 갖는 기회가 달라지는 이른바 금수저·흙수저의 사례를 목격한 부모들의 자녀교육 올인 경쟁도 잇따르고 있다.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어려움을 겪는 교육 빈곤층을 일컫는 '에듀푸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이달 초 마이너스통장을 만든 한민수씨(43)도 큰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원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대출을 받은 경우다. 한씨는 "부모라면 누가 무능한 부모가 되고 싶겠냐"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에듀푸어 가구의 자녀 교육비는 전체 지출의 28.5%로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가구의 평균 교육비 비중(18.1%)보다 1.5배 이상 높다. 에듀푸어 가구소득의 22%인 68만5000원이 평균 가계수지 적자다. 건강보험을 해약하거나 퇴직금을 미리 받아쓰는 사례까지 보고된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정상화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는 한국사회의 현상황은 '쉬운 수능'과 수능-EBS 연계 출제, 영어 절대평가 등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이 이렇다할 효과를 내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에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