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첨예한 쟁점인 '법인세 인상'도 야당 뜻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길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이를 당론으로 추진할 경우 국회 본회의를 바로 통과할 수 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이 요구하는 법인세 인상안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세입예산부수법안에 실려 국회 본회의로 직행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협력하면 표결에서 과반이상 찬성으로 이를 통과시킬 수 있다.
이는 국회선진화법에서 규정한 '자동부의제'와 '수정동의'제도에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정기국회에 관련 세법 개정안을 제출한다.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은 통상 세입예산안과 연계되는 '세입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다. 또 국회법 85조3에 따르면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은 매년 11월30일까지 상임위 심사를 마쳐야한다.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에는 12월 1일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한다.
원안이 자동부의된 경우 국회법은 이에 대해 수정동의안(수정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산부수법안을 포함한 법안은 의원 30인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예산안은 50인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수정안 제출이 가능하다. 또 본회의에서는 원안보다 수정안을 앞서 표결한다.
즉 정부가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때 법인세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 해도 야당 의원 30인의 동의만 있으면 법인세 인상안이 담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정안은 원안보다 먼저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에 과반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단합할 경우 이를 통과시킬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이를 반대하는 수정안을 따로 제출한다 해도 야당에선 부결시키면 그만이다. 총선직전 테러방지법 통과 당시 야당이 발의한 수정안이 부결된 전례를 새누리당이 고스란히 따르게 된다. 특히 '수정동의' 조항의 경우 법인세 뿐 아니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의 최대 걸림돌이 될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여러 건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을 경우 이 중 하나를 세입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는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현재 국회의장직도 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야 협의가 최우선으로 검토된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여야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법인세 인상안에 한해서는 야당의 강경대응도 가능하다. 야당이 '필살카드'로 제시할 경우 새누리당에서는 사실상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대 국회 내내 '법인세 정상화'를 당론으로 주장해왔다. 이번 총선공약에도 역시 포함됐다. 법인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009년 이전 수준인 25%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현행 17%에서 18%로 상향조정하는 내용 역시 야당의 '법인세 정상화' 방안에 포함된다. 최근 국민의당도 법인세정상화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더민주와의 법인세율 인상 공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법인세 인상에 대해 "저는 세금을 올리는 문제는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