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횡단보도 설치 간격 기준을 완화키로 시행령 개정 방침을 밝힌 가운데 국회가 시행령의 상위 규범인 법률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해 법안 다툼이 예상된다. 국회의원이 입법 실적을 쌓기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는 전형적인 가로채기란 지적도 나온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현재 200m 간격으로 규정된 횡당보도 설치간격을 100m로 완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행 횡단보도 설치 간격이 너무 멀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무단횡단 등을 부추겨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 횡단보도 설치 간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횡당보도 설치 간격 규정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 규정 사항이라는 점이다. 도로교통법은 10조 1항에서 "지방경찰청장은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하여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더구나 지난달 1일 경찰청이 지난달 1일 현행 200m로 규정된 횡단보도 설치 간격을 일부 구역에서 100m로 완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미 정부가 횡단보도 설치 간격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노웅래 의원은 이를 상위 규범인 법률로 규정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셈이다.
노 의원은 "현행법상 횡단보도설치 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시행령에 위임되고 있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설치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또한, 현행 설치기준은 도로의 기능이나 보행량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200미터로 정해져 있어 무단횡단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령으로"라고만 규정된 도로교통법 10조 1항을 "시가지에서는 100m 이상, 비시가지에서는 200m 이상 간격으로 행정자치부령으로"로 바꾸고 "어린이 보호구역, 노인 보호구역, 장애인 보호구역 등...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신설했다.
그러나 도로 사정이나 교통 흐름 등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행정법령에 대해 법률이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 이견이 제기된다. 또한 해당 부처가 분명히 시정 방안을 밝히고 그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음에도 국회가 똑같은 내용을 그대로 법률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입법권의 과도한 적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 방침을 그대로 가져와 입법 실적을 쌓기 위한 '법안 가로채기'란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