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좀 서운할 것 같다. 야당의 '국정 훼방'에 나름 극약처방에 가까운 국정감사 보이콧 카드를 내놨는데 국민들은 태연자약하다. 국회가 국정 발목을 잡는다는 호들갑스러운 여론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냥 야당끼리 하라는 반응도 있다. 어차피 청와대 거수기 노릇할 바에 국감에서 정부 감싸기나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대통령이야 국회가 돌아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지 않다. 해외 순방에 나서 정상 외교를 진행할 수도 있고 행정부 차원의 국정 과제 성과를 챙길 수도 있다. 국회와 대결구도를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무엇으로 국민들에게 '나, 일 좀 합니다'라고 할 것인가. 대통령 눈에 들어 장관으로 발탁되지 않는 이상 국회의원의 할 일을 해야 한다. 법안 처리와 국감, 예산 심의 등 국회의원의 할 일은 그야말로 야당과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즉 야당과 잘 협의하고 잘 합의하는 것이 여당 국회의원 일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야당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여소야대' 국회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회 내에서 소수여당인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수결에 따르는 의회의 운영 원리에 맞게 야당을 설득하든가, 아니면 청와대를 설득해 야당과의 접점을 찾아내야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도저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차수변경 절차 꼬투리를 잡기 위해 원내대표는 협의하자는 것을 피해 남의 자리로 도망다니고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의 문건을 안받으려 도망다니더라. 정말 집권당 맞냐"고 말했다.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분노가 커질수록, 그리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에 맞장구칠수록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자신들의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일이다.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표를 준 국민들은 '여당 국회의원' 노릇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 여야 구분에 앞서 국회의원은 국민들을 대표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새누리당을 향해 "야당 연습을 한다"는 비아냥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김무성, 유승민 등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들의 상당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새누리당의 '야당 연습'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이 '국회무용론'이 아닌 '여당무용론'을 자초하는 이상 정권교체의 정당성만 더해주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