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50조' 삼성 노사 다시 협상…연대 사라지고 돈만 남았다

'성과급 50조' 삼성 노사 다시 협상…연대 사라지고 돈만 남았다

김남이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5.10 10:36

11~12일 삼성전자 사후조정, 회사 "성실히 임할 것"…노노갈등은 변수, 노동자 연대의식 사라져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인근에 삼성전자 주주행동실천본부에서 설치한 삼성전자 노조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인근에 삼성전자 주주행동실천본부에서 설치한 삼성전자 노조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총파업을 열흘 앞두고 노사가 정부 중재 아래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성과급 재원 규모와 상한제 폐지, 사업부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노노갈등까지 겹치면서 이번 협상이 파업 전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갈등 양상을 두고 노동운동의 전통적 가치였던 연대 의식은 사라지고 '돈'만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오는 11~12일 정부 중재 아래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사후조정은 노동조합이 합법적인 쟁의(파업)권을 확보한 상황에서도 노사 양측 동의를 전제로 중앙노동위원회가 다시 중재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8일 오후 김도형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청장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면담을 진행했고, 이어 노사정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교섭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사후조정 절차 참여를 노사 양측에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업노조는 "정부 측의 적극적인 의지와 거듭된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여 내부 검토 끝에 사후조정 절차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현재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받은 상태다. 회사 역시 사후조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업이익의 15%·상한제 폐지·제도화가 쟁점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그래픽=김지영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그래픽=김지영

총파업을 열흘가량 앞둔 상황에서 노사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만큼 벼랑 끝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조합원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성과급 재원 규모와 상한제 폐지, 성과급 제도화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단순한 일회성 보상 확대가 아니라 향후에도 동일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회사는 앞선 협상 과정에서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고, 기존 '연봉의 50%'였던 성과급 상한 규정도 특별 포상을 통해 사실상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경우 특별 포상 수준의 보상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에도 경영 성과 개선 시 최대 75%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노조는 '성과급 상한의 영구적 폐지' 등 성과급 산정 체계 자체를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성과급 재원으로는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증권가의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인 34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50조원 규모다.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 역시 주요 쟁점이다. 현재 성과급 논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DS부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DS부문 내부에서도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간 보상 격차가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성과급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DX(디바이스경험)부문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회사 역시 사내 위화감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회사도, 정부도 "소통 의지' 확고...노노갈등 걸림돌 될수도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경영진은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은 지난 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협의 재개 의사를 밝혔다.

전 부회장과 노 사장은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사는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며 임직원 여러분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역시 교섭 타결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관련해 "삼성전자 노사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조속히 성사시켜 주기를 당부한다"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다만 심화한 노노갈등은 변수다. 초기업노조와 함께 공동교섭단을 꾸렸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동행노조는 노조 활동 과정에서 초기업노조와 갈등을 겪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에서도 이탈한 상태다.

전삼노와 동행노조는 DS부문 직원 중심의 초기업노조와 달리 DX부문 직원 비중이 높다.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도 DX부문 직원들의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업노조가 회사와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내부 갈등으로 인해 합의안 찬반투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2년 전 삼성전자 창사 이후 첫 파업 당시에도 노사는 사후조정을 통해 합의에 다다랐지만 내부 반발로 결국 파업이 강행됐었다. 오는 13일 이후 법원이 회사 측이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더라도 실제 파업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자' 없는 투쟁...연대 사라지고, 돈만 남았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10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김혜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10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김혜진

일각에서는 돈(성과급)이 노사는 물론 노노갈등까지 가져왔다는 점에서 노동운동의 전통적 가치였던 '연대 의식' 약화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 시장 전반의 격차 완화나 사회적 연대라는 노동운동의 본래 가치가 후순위로 밀리고, '밥그릇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의 기본 전제는 노동자들의 사회적 연대"라며 "상대적 박탈감 등이 거론되는 삼성전자 노조의 모습은 전통적인 노사관계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대적 가치가 흠결된 상태에서 노조가 형성되면 내부 분열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협력사와 다른 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가치가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성과급은 노동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며 "생산 과정에 기여한 하청 노동자들과 각종 세제 지원을 제공한 국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이 같은 요구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승호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해 국민들에게 지탄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언급한 데 대해 LG유플러스 노조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자신들을 향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노조를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취지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삼성전자 노조 갈등은 전통적인 노동운동이라기보다 사업부별 이해관계 충돌에 가깝다"며 "기업의 지속가능성보다 성과급 확대만 앞세우는 투쟁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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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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