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대선 전쟁터?" 국회는 국회다

진상현 기자
2016.09.27 05:40

[the300]

"정의화 의장이 그리울 정도다"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한 새누리당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건 상정 결정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임인 정의화 의장은 여당 출신이고, 정세균 의장은 야당 출신이니 당연히 그럴 법도 하지만 정의화 의장이 재직 시절 여당으로부터 받았던 비판을 떠올려 보면 격세지감이다.

비박계(비 박근혜)인 정의화 의장은 재임 내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훨씬 더 강도높은 공격을 받았다. 여권이 원하는 법안의 본회의 상정은 외면한 채 야당과 합의를 요구하거나 자신이 중재안을 내놓음으로써 오히려 야당 편을 든다는 거였다. 갈등은 퇴임 후 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 의장은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당 밖에서 '제3지대론'을 주창하고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여당 출신인 정의화 의장은 중립이 지나쳐 야당 편을 들기까지 했는데, 야당 출신인 정세균 의장은 중립 의지는 커녕 아예 야당 입장에서 국회를 운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당 출신의 정의화 의장, 야당 출신의 정세균 의장이 연이어 여당과 갈등을 빚는 배경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장은 국회의 수장이다. 국회는 삼권 분립의 한 축이고 헌법 조문에는 대통령·정부(제4장) 보다, 먼저(제3장) 나온다. 그만큼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 정치 현실에선 달랐다. 헌법에 규정된 이상으로 대통령의 힘이 강하다. 국력을 결집시켜 단기간에 성장을 일궈내려다 보니 그 편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을 거다. 정치와 국회에 대한 불신도 한 몫 했다. 선출 권력이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다 보니 부여받은 권한도 제대로 쓰기가 어려웠다.

이런 과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자리 잡은 것이 '당청 관계'다. 국민을 대표해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 구성원으로서 역할 보다는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잘 뒷받침하는 것이 여당의 주된 책무처럼 된 것이다.

여당 의원들도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입법부를 책임진 국회의장이라면 이런 고민은 극대화된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사실상 대통령의 힘을 빌어 된 경우에는 마찰이 드러나지 않았다. 인사권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박계로 주류 친박의 지원 없이 의장이 된 정의화 의장이나 아예 야당 출신인 정세균 의장은 사정이 다르다.

입법부의 역할과 당청 관계.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우리 국회, 우리 정치는 제대로 서기 힘들다. 협력과 합의를 바탕으로 민생을 위한 입법을 고민해야할 국회는 대권을 잡기 위한 무한 전쟁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를 놓고 시작한 여야의 극한 대치가 그 단면이다.

길은 두 가지다. 아예 개헌을 통해 대통령 단임제의 권력 구조를 뜯어고치든가, 그게 아니라면 국회 본연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원 뿐 아니라 민의를 직접 반영하는 입법부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뒤돌아 봐야 한다. 야당은 함께 국정 운영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대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국회를 운영한다면 설사 정권을 가져오더라도 지금의 여당과 별반 다르기 힘들다. 어쩌면 더 독한 야당을 만나 '국회 한탄'만하고 지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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