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효과냐 과세회피냐..일감몰이 증여세 감소 배경은

우경희 기자
2016.09.29 05:51

[the300][런치리포트-일감몰아주기 과세, 줄였나 피했나]②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 의원실이 확인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액 감소를 놓고 정부와 야당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대기업의 과세회피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대기업이 해체됨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착시효과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기업경영성과 평가기관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이 57.7%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기간 규제대상 계열사는 75개사에서 48개사로 36% 줄었다.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계열사들이 늘어나면서 내부거래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내부거래를 줄여 규제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 총수일가의 지분이 축소됐거나 합병돼 법인이 사라지면서 대상에서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같은 기간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의 내부거래금액은 11% 감소에 그쳤다. 규제대상 기업들의 감소 폭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다. 규제대상이 아닌 계열사들 중 이 기간 내부거래금액이 늘어난 계열사는 51.4%에 달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합병 및 오너일가 지분조정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에서 빠져나감은 물론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부과대상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지난 6월 진행한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옛 삼성에버랜드)다. 이재용 그룹 부회장 등의 지분율이 낮아졌다. 여기에 에버랜드는 단체급식 사업부의 분할, 건물관리사업부문의 매각에 이어 삼성물산과 합병까지 이뤄지면서 내부거래비중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내부거래 과징금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엠코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SKC&C(현 SK) 등도 역시 그룹 내 인수합병, 최대주주의 지분 증여 등을 통한 지분율 조정으로 규제와 과세대상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채 의원 측의 주장이다.

야당 일각에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행법은 증여세 부과 과정에서 정상거래비율(30% * 1/2)과 한계지분율(3%)을 차감한다. 증여세는 증여이익에 증여세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증여이익은 세후영업이익과 내부거래비율에서 정상거래비율의 50%를 뺀 값과 한계지분율을 뺀 값을 모두 곱해 구한다.

채 의원은 증여세를 계산할 때 이를 차감하지 않는 형태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 의원은 "정상거래비율과 한계지분율을 차감하지 않을 경우 2013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액은 801억원에서 1584억원으로, 2014년의 경우 1025억원에서 1382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또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 증여세를 줄이는 시도를 줄이기 위해 증여세 부과기준으로 내부거래 비중 뿐 아니라 내부거래 금액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연 매출 30% 이상 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중 지분 3%이상을 보유하면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30%로 못박았지만 내부거래 금액은 문제삼지 않는다. 여기에 금액기준을 추가하면 과세회피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감소를 무조건 재벌의 과세회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책효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와 공정위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부과 제도가 안착되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재벌의 편법증여 행위가 줄어들었다는 거다.

한 과세당국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제도 4년차를 맞으면서 사실상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는 자진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신고율이 99%에 달한다. 자진 신고 시 10%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음을 감안해도 높은 신고율이다. 이 관계자는 "증여세 자체가 규제인 만큼 (일감몰아주기) 행위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달 초 낸 자료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공정위는 국내 47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이 15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조5000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러면서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정부 정책이 본격 시행되고,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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