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일감몰아주기 과세, 줄였나 피했나

우경희 구경민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6.09.29 09:04

[the300]종합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3년새 절반으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받고 리베이트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중구의 오프셋인쇄 업체 문이 9일 오후 굳게 잠겨있다.서울서부지검은 이날 김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광고업체와 대행업체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당사와 김 의원의 사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2016.6.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액이 3년 새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상기업의 증여세 신고액도 대폭 감소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국회 기재위원회)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액(12월 결산법인 기준)은 734억원으로 전년 749억원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3년 1860억원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2014년 1242억원으로 한 차례 줄어든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 다시 줄어들었다. 12월 결산법인들은 매년 5월 말 일감몰아주기 의제 세액을 자진 신고한다. 올해 신고액은 지난 연말까지 실적에 대한 세액이다.

특히 대기업 과세가 큰 폭으로 줄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액은 2013년 801억원이었지만 올해 499억원으로 줄었다. 신고가 이뤄진 후 최저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신고액은 이 기간 282억원에서 57억원으로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액이 감소한 것과 관련해 정책효과가 나타났다는 입장이다. 정부 세정당국 관계자는 "증여세 신고액 자체를 놓고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기업이 경영상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증여세 신고액 감소의 이면에 대기업의 과세회피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가 줄어든 것은 중소기업 부담이 과중하다는 여론이 있어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라며 "반면 대기업의 경우에는 일감몰아주기 수준을 증여세 납부기준 이하로 낮춰 피해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여세가 부과되는데다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신설하면서 기업으로서는 과세부담을 피할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13~2014년 공정거래법 23조2 및 시행령 38조가 신설됐다. 대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에 의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는 내용이다. 실제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공정위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올해도 조사가 진행 중인 건이 있다.

김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기업에는 과징금을 피해야 하는 유인이 추가됐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개선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정위 과징금을 고려해야 하지만, 최근 추세는 공정위가 기업들과의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많아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책효과냐 과세회피냐..일감몰이 증여세 감소 배경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 의원실이 확인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액 감소를 놓고 정부와 야당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대기업의 과세회피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대기업이 해체됨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착시효과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기업경영성과 평가기관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이 57.7%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기간 규제대상 계열사는 75개사에서 48개사로 36% 줄었다.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계열사들이 늘어나면서 내부거래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내부거래를 줄여 규제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 총수일가의 지분이 축소됐거나 합병돼 법인이 사라지면서 대상에서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같은 기간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의 내부거래금액은 11% 감소에 그쳤다. 규제대상 기업들의 감소 폭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다. 규제대상이 아닌 계열사들 중 이 기간 내부거래금액이 늘어난 계열사는 51.4%에 달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합병 및 오너일가 지분조정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에서 빠져나감은 물론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부과대상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지난 6월 진행한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옛 삼성에버랜드)다. 이재용 그룹 부회장 등의 지분율이 낮아졌다. 여기에 에버랜드는 단체급식 사업부의 분할, 건물관리사업부문의 매각에 이어 삼성물산과 합병까지 이뤄지면서 내부거래비중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내부거래 과징금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엠코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SKC&C(현 SK) 등도 역시 그룹 내 인수합병, 최대주주의 지분 증여 등을 통한 지분율 조정으로 규제와 과세대상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채 의원 측의 주장이다.

야당 일각에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행법은 증여세 부과 과정에서 정상거래비율(30% * 1/2)과 한계지분율(3%)을 차감한다. 증여세는 증여이익에 증여세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증여이익은 세후영업이익과 내부거래비율에서 정상거래비율의 50%를 뺀 값과 한계지분율을 뺀 값을 모두 곱해 구한다.

채 의원은 증여세를 계산할 때 이를 차감하지 않는 형태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 의원은 "정상거래비율과 한계지분율을 차감하지 않을 경우 2013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액은 801억원에서 1584억원으로, 2014년의 경우 1025억원에서 1382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또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 증여세를 줄이는 시도를 줄이기 위해 증여세 부과기준으로 내부거래 비중 뿐 아니라 내부거래 금액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연 매출 30% 이상 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중 지분 3%이상을 보유하면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30%로 못박았지만 내부거래 금액은 문제삼지 않는다. 여기에 금액기준을 추가하면 과세회피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감소를 무조건 재벌의 과세회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책효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와 공정위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부과 제도가 안착되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재벌의 편법증여 행위가 줄어들었다는 거다.

한 과세당국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제도 4년차를 맞으면서 사실상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는 자진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신고율이 99%에 달한다. 자진 신고 시 10%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음을 감안해도 높은 신고율이다. 이 관계자는 "증여세 자체가 규제인 만큼 (일감몰아주기) 행위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달 초 낸 자료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공정위는 국내 47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이 15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조5000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러면서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정부 정책이 본격 시행되고,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선진국선 생소한 '일감몰아주기 과세'…기업문화 개선필요

'일감 몰아주기'는 자유시장경제의 천국이라는 미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는 형태다. 이들 국가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기업집단이 형성돼 있지 않아서다.

물론 미국도 100년 전에는 재벌이 득세했다. 그러나 반독점법과 상속세 등 강력한 법 집행으로 시장질서를 바로잡았다. 석유재벌 록펠러가의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는 1911년 반독점법에 따라 수십개 회사로 분할됐고, 창업가 존 록펠러는 1937년 사망할 때 재산의 70%를 상속세로 납부했다. 그 이후 록펠러 후손들의 지분은 계속 줄어 회사는 전문경영인들에 의해 운영된다.

이러한 경험을 거쳐 선진국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대신 일반적으로 독과점의 폐해를 규제하고 공정하게 자유로운 경쟁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공정거래법'의 개념만이 존재하고 있다. 미국에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 해당되는 것이 독점금지법(Anti-Trust Act)이며 독일의 경쟁제한법이 이것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의 독식이 심해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이 만들어졌고 이 법은 공정거래법의 일부에 해당된다.

미국은 내부 거래 규제에 특히나 엄격하다. 총수의 불로소득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분리청구제를 실시하고 있다. 계열사분리청구제는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와 자금거래를 하거나 독과점으로 시장경쟁을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법원에 해당 회사의 계열 분리를 신청하는 제도다. 계열사분리청구제를 시행하는 미국의 경우, 과거 독과점 폐해를 명분으로 미국 최대통신사 AT&T를 7개회사로 분할 시킨 전례가 있다.

때문에 미국 대기업들은 일감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문화가 오랫동안 형성돼 오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큰 포지션을 차지하는 전산시스템의 경우 미국 대기업들은 IBM이나 오라클, 엑센추어 같은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내 재벌그룹들은 내부기밀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거의 예외 없이 IT시스템 운영·관리 등의 업무를 도맡아 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 IS 업체들은 손쉽게 매출과 수익을 올리면서 대주주 일가의 재산을 불려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류분야 역시 선진국들은 대부분 물류 자회사를 두지 않고 전문업체에 운송·보관·하역·포장 등의 업무를 맡긴다. DHL이나 UPS 같은 전문업체들이 규모의 경제와 경영혁신을 통해 대다수 기업의 물류비용을 낮춰주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의 폐해로 지적되는 편법 상속세·증여세의 문제도 미국에서는 촘촘한 세법을 만들어 해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기업의 거래를 유형별로 모두 파악해 과세소득원천으로 상세하고 분명하게 세법에 규정, 법을 어기는 경우에는 조세포탈로 처벌한다. 또 미국 국세청은 유무형자산 거래가 관계기업간의 통제거래(controlled transactions)인 경우 소득이전과 세금포탈을 방지하기 위해 제3자간거래(arm's length transactions)를 기준으로 귀속소득을 배분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소득 산정에 국세청이 개입한다.

전문가들은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를 단속하고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진국들처럼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총수 일가가 내부거래로 사익을 취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개선돼야 왜곡된 시장구조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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