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수감자 예산 41% 불용…멕시코 '집으로 가는길' 예고된 참사

박소연 기자
2016.10.13 05:50

[the300][런치리포트- 재외국민 보호 '구멍' 어떻게①]한국인 수감자 1259명인데 영사면회 목표 350명 불과

최근 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로 불리는 한국인 여성의 억울한 옥살이가 재현된 가운데 외교부가 해외수감자 관리사업 예산을 3년째 동결하는 등 재외국민 보호 의무가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교부의 '해외 수감자 관리' 예산 2억7000만원 중 집행액은 1억6100만원(59.6%)으로 1억900만원이 불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예산이나 내년도 예산안 역시 2억7000만원으로 동결돼 전혀 증액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예산편성 과정에서 삭감한 것이 아니라, 외교부가 애초에 예산을 동결해 요구한 대로 반영된 것이다.

박 의원이 입수한 2017년도 외교부 예산요구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해외수감자 관리 예산 2억7000만원을 책정하면서 해외의 우리 국민 수감자 350명을 대상으로 영사출장 2차례에 2억3500만원을, 물품지원은 고작 5만원씩 2차례 3500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 해외 각국 수형시설에 있는 한국인 수감자가 1259명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예산대로 이들을 1차례 면회하는 데만 4년가량이 소요되는 셈이다. 현행 외교부 훈령 '재외국민 수감자 보호 지침' 제6조(영사면담)에 의하면 재외공관은 담당 영사로 하여금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내 수감 중인 재외국민에 대해 1년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방문 면담해야 한다.

외교부가 해외수감자 수와 관리 예산을 이처럼 터무니없이 적게 책정한 것은 재외국민에 대한 재외공관의 영사면회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5월 감사원이 공개한 '재외국민 면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재외국민이 체포·구금됐음을 확인(2968건)하고도 42.9%에 달하는 1275건(218건은 전화통화로 대신)은 영사 책임자의 면회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면회가 한 달 이상 늦어진 사건은 147건이었으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재외국민이 피해를 당한 강력범죄사건 685건 중 재외공관이 수사 상황을 확인한 사건은 44%인 303건에 그쳤다.

/사진=영화 '집으로 가는 길' 캡쳐

이 같은 감사원의 지적 이후 외교부는 "영사면회가 영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사면회 시한 규정을 추가하겠다"고 밝혔으나,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재외국민 수감자 보호지침'은 개정되지 않는 실정이다.

외교부는 박 의원이 요구한 '영사면접권 등 수감자 면담 현황' 자료에 대해 "모든 우리국민 해외수감자에 대해 관할 공관에서 최소 연 1회 영사면회를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놓고 상세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또한 외교부는 재외국민 해외 수감기간과 재판 결과는 별도로 작성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이처럼 재외공관이 부실하게 운영되는데도 재외공관 감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41개 공관이 4년 이상 조사를 받지 않았으며,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여전히 4년 이상 감사를 받지 못하는 공관이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부 자체감사규정' 제22조에 의하면 "감사단은 원칙적으로 외교부 소속 공무원으로 하되, 필요시 타부처 소속 공무원 또는 외부전문가 중 장관이 임명할 수 있다"고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타부처 소속 공무원이나 외부전문가들이 감사단에 포함된 적이 단 1차례도 없다.

박주선 의원은 "해외 수감중인 우리 국민 보호에 소홀한 외교부의 업무행태는 외교부가 편성한 예산과 결산, 지침 개정 소홀, 자체감사 운영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며 "8년째 열리지 못한 6자회담이나 구호로 그친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사업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펑펑 써대는 외교부가 해외에서 수감중인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예산 배정에는 지독히도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의원은 "해외에 있는 국민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국가가 손내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외교부나 재외공관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외교부 훈령상 최소 1년에 1차례 이상 영사면회가 가능하도록 관련 인원과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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