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재외국민 보호 '구멍' 어떻게③]

'연간 해외 출국자 2000만명'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이 취약한 원인으로는 법제도의 미비가 꼽힌다. 한편으론 새로운 법제정보다 현존하는 영사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과 관심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헌법에 명시된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구체화한 법률이 없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현행법으로는 '재외국민등록법', '여권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에서 부분적으로 재외국민 보호 내용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외교부 훈령 제110호)에 근거해 보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사콜센터, 신속대응팀 파견 등 각종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영사의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재외국민 보호 대책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법률이 없어 재외국민 피랍사건 등 처리과정에서 정부 역할을 두고 논란이 빚어질 수 있고, 재외국민 보호 업무가 외교부 훈령으로 제한돼있다 보니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 협조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재외국민보호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은 2004년부터 꾸준히 있었다. 17대 국회에서 4건, 18대 국회에서 2건, 19대 국회에서 5건의 재외국민보호법안이 의원 발의로 제출됐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각 법안은 세부적인 내용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재외국민 보호업무의 기본원칙과 재외국민 보호계획의 수립, 형사절차상의 재외국민보호 및 경비지원 등 재외국민보호체계의 확립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04년과 2010년에 재외국민보호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으나 이들 법안은 매번 큰 반대에 부딪혀 보류되기보다 대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이상의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12년 9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5건의 재외국민보호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재외국민과 관련한 해외의 각종 사건사고 및 범죄가 점점 늘어나 재외국민 보호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법률에 의한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2조 2항의 정신에 따라 재외국민에 대한 포괄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하려는 취지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이듬해 단 한 차례의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재외국민'의 헌법적 개념과 '거주'와 '체류'의 개념 차이 등에 대한 토론만 진행하다 계류시켜 임기만료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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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문가들은 재외국민 보호 업무가 필연적으로 재외국민 거주국의 주권과 법률, 국제법 등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법률 마련이 단기간에 쉽지 않은 만큼, 예산과 인력 보강 등을 통해 현 제도의 실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재외국민 안전 강화를 위한 재외공관 조직진단' 보고서에서 재외공관의 사건·사고 전담인력과 현지어 구사 가능 인력 부족, 넓은 관할범위로 인한 업무 공백 발생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재외공관별로 기존 담당영사를 중심으로 영사 1인당 영사 보조인력 1인을 사건·사고 업무를 전담하도록 채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공관 영사의 의지와 함께 국민의 협조도 필수적이란 제언이다. 외통위 관계자는 "외교부는 재외국민 현황, 해외수감자 현황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파악하는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고 멕시코 사건 담당 영사는 재외국민 보호의무가 없다는 식의 막말까지 했다"며 "중요한 것은 법률의 유무가 아니라 정책결정권자와 정책실행자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라고 지적했다.
IOM이민정책연구원 오정은 연구교육실장(박사)은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꼭 법률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법제정에 걸리는 시간에 비해 효과가 있는지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며 "법이 만병통치는 아니고 현존하는 영사서비스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현지 정부와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영사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우리 재외국민보호 시스템은 실제 허술한 편으로 영사관에서 연락처조차 제대로 수집하고 있지 못한데, 대개는 불성실해서라기보다 체계가 안 잡혀있고 미숙하기 때문"이라며 "과거 이민과 해외출국이 허가제였던 때에 비해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해외 출국자와 유학, 이민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며 국가의 관리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외국민을 적극 찾아나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민들도 스스로 보호받기 위해 3개월 이상 해외 체류시 반드시 신고하고 연락처 변경시 알리는 등 정부에 협조하고 연락체계를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며 "원론적이지만 재외공관 공무원들은 소명의식을 갖고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