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을 청와대 관저에서 만나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출연을 요청했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의 27일 주장은 사실일 경우 '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최씨가 두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강한 가운데 박 대통령이 기금 출연을 직접 독려했다면 검찰 또는 특검의 수사대상에서 박 대통령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두 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선뜻 출연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주제였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국감 증인들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고 맞섰지만 대기업들이 유독 두 재단에 신속히 수 억~ 수 십억 원씩 출연한 이유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미르재단은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현대자동차 46억원에다 대한항공 10억원, 대림산업 6억원 등 굴지의 기업 주력 계열사들로부터 거액을 출연받았다. K스포츠재단에는 그룹 기준 삼성 79억, 현대차와 SK 각각 43억, LG 30억, 포스코 19억원 등 출연금이 모였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위원장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대기업 회장이 대통령 관저로 들어간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공식일정으로 대기업 오너들과 만나 문화융성에 동참을 당부한 일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24일 청와대에서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을 열고 "우리가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가는 길에도 기업인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메디치 가문이 돼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7월 24일에도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과 센터를 지원한 17개 그룹 또는 기업의 총수단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와 오찬을 가졌다.
두차례 오찬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이, 올 1월 K스포츠재단이 각각 설립되기 이전이다. 지난해 2월 오찬의 경우 참석대상은 21곳이다. 이승철 부회장이 참석한 전경련을 제외하면 20곳 기업 가운데 14곳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걸로 파악된다.
또 박 대통령은 의혹이 뜨거워지던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화융성 정책 관련 "이제는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식 오찬과 관저에서 기업대표를 만나는 일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박 위원장의 주장을 보면, 미르·K스포츠재단이 가시화될 시점에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관저로 불렀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전면 부인하고 있어, 박위원장이 추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의혹으로만 남을 전망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