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시고 뇌경색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를 진료한 전공의들이 최근 유죄 선고를 받은 가운데, 응급실의 '환자 수용 거부'와 '방어 진료'가 늘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온다. 의사들은 "응급의료 사망선고", "역대급 판결"이라는 등 울분 섞인 토로를 쏟아냈다. 무슨 일일까.
10일 의료계·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 술에 취한 채 복통·구토·의식장애 등 뇌경색 증상을 보인 환자가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당시 진료한 전공의 2명이 최근 유죄(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뇌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만 하는 등 진료를 소홀히 하고 환자를 퇴원시켜 뇌경색 악화로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영구적 장애를 입혔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상 등)로 해당 의사(당시 전공의) 2명을 기소했다.
이후 대전지방법원은 형사 1심 판결에서 "환자에게 업무상 과실로 영구적 장애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돼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의사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를 두고 이형민 대한응급의사회 회장은 "응급실에서 진단을 못 했다고 처벌한다면, 응급의학과 의사 모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즉각 반발했다.
앞서 8일 이 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응급실은 모든 것을 진단하는 곳은 아니"라면서 "응급실은 음주 후 구토하는 환자에 대해 CT 촬영을 통해 '출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귀가시키는 곳이지, 매우 드문 희귀질환을 MRI(자기공명영상) 같은 정밀검사를 통해 확진하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법원은 마치 이러한 것들을 응급실에서 당연히 실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처럼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 적용 기준이 사뭇 다르다. 미국 연방법원은 '적절한 검사는 동일한 증상의 다른 환자에게 시행하는 검사'로 정의한다. 만약 객관적 표준을 일부 벗어났더라도 '주관적으로 선의를 갖고 진료했다면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이 회장은 이 점을 들면서 "이번 판결은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에 내린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며 "깊은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번 판결이 응급실 붕괴를 가속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8일 성명서를 내고 "또 한 번의 역대급 판결"이라며 "지금 대한민국 응급의료 현장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판단보다, 훗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사법의학의 폭력 아래 응급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선의의 진료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응급실은 더 위축되고 필수의료는 더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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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로 응급실의 방어 진료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오늘(8일)부터 모든 응급실은 의학적 판단보다 법적 면책을 우선하는 방어 진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보건복지부는 음주를 정당한 응급실 수용거부 사유로 즉시 추가하라"며 "MRI가 곧바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모든 음주환자를 포함, 어지럼증 환자는 응급실 수용이 불가능하며, 이는 법원이 판결한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응급실에 온 모든 환자는 가능한 모든 질환이 충분히 감별될 때까지 귀가가 불가능하다. 이런 모든 진단적 검사(드문 질환 포함)가 불가능한 병원은 처음부터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상급병원의 과밀화는 이런 판결을 한 법원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번 판결로 초래된 추가적인 CT·MRI 등 모든 검사와 입원 치료로 발생하는 추가적 의료비에 대해 의학적 기준이 아니더라도 법원의 판단대로 절대 삭감하지 말고 전액 지급할 것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