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삼성 합병 대가로 승마 지원? 완전히 엮은 것"

이상배 기자
2017.01.01 16:49

[the300] 세월호 7시간 "사고 상황 계속 챙겨… 미용시술 전혀 아니다"<br> "최순실은 몇십년된 지인… 소신 갖고 국정운영 했고 틀 갖췄다 생각"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대가로 삼성그룹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1일 오후 청와대 경내 한옥인 상춘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40여분간 다과를 곁들인 신년 간담회를 갖고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제 머리 속에 없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갑작스럽게 확정돼 기자단에도 40분 전에야 통보됐다.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행사가 정지된 지 23일 만의 첫 언론 접촉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외국계) 헤지펀드(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아 무산된다면 국가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의 20여개 증권사도 한두 곳만 빼고 다 (합병 찬성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저도 국민연금이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면서도 "어디를 도와주라고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해 달라'는 식으로 제 할 것은 다 했다"며 "미용시술을 받은 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머리를 만져주기 위해 (미용사가) 오고 목에 필요한 약(가글)을 들고 오고, 그 외에는 아무도 (관저를 방문한 사람이) 없었다"며 "큰일이 나서 학생들을 구하는 데 온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딴 것을 생각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왜 오전부터 청와대 본관 등으로 출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현장이 중요하다"며 "앉아서 회의를 하면서 보고 받고 지시해도 현장에서 잘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두차례 항의한 바 있다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광부 장관의 주장에 대해선 "무슨 항의을 했느냐"며 "오히려 '(여러 사람을) 많이 품어서 (지원)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 아니냐' 그렇게 들었다"고 말했다. 차은택씨가 최씨를 통해 추천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임명된 데 대해선 "누구와 친하다고 누구를 봐줘야겠다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여러 사람 중 이 사람이 제일 잘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임명)한 것"이라고 했다.

최씨 지인 소유의 KD코퍼레이션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납품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박 대통령은 "최씨와 KD코퍼레이션의 관계는 이번에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술력이 있다고 하는데 거대한 기업에 끼여 제대로 명함 한번 못 내미는 것 아닌지 알아봐서 실력이 있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차원이었다"며 "제가 누구를 안다고 해도 그 사람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부탁을 받는 건 전 절대 금기"라고 강조했다.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성형시술용 '리프팅 실' 전문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특별히 어떤 곳을 도와주고 이득을 주라고 한 적이 없고 다만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니 그런 곳도 길이 있으면 (지원)해주자는 것이었다"며 "실력이 있는데 덩치가 작아 기회를 못 가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했고, 그런 것은 모든 창업기업에 똑같이 적용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반주사 등과 관련, 박 대통령은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자기의 사적영역이 있고, 어디 아플 수도 있다"며 "그러다가 좋은 약이 있다고 하면 (투약)할 수도 있고, 그런 걸 일일이 다 무슨 약을 먹고 어디가 아프다고 다 까발리는 것은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 순방 땐 특히 피곤해서 힘들 때 피로회복을 위해 영양주사를 맞을 수도 있는데 그걸 큰 죄를 지은 것처럼 하면 대통령이 움작일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겠느냐"며 "주사도 의사가 알아서 처방하는 것이지 어떻게 환자가 (성분을) 알겠느냐"고 되물었다.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박 대통령은 "몇십년된 지인"이라며 "대통령의 책무와 판단이 있는데 어떻게 지인이 모든 걸 다한다고 엮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운영을 했고, 복지나 외교 안보 경제 등은 참모들과 의논하면서 제 나름대로 더 정교하게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얻게 되고 계속 외교 안보 부분 등 발전시키며 지금은 그런 틀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석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들과 관저에서 떡국을 나눠 먹으며 신년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청와대 참모는 "박 대통령의 표정이 지난달 25일 성탄절 당시보다 좋아진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이 최근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할 경우 직무에 복귀할 것에 대비해 참모들로부터 여러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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