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우수입법 의원)을 선정할때 기준으로 삼는 정량평가 항목을 올해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원의 입법성과를 '법안 발의·처리 건수'로 평가한 탓에 '양치기 법안'(기존 법안에서 자구수정을 포함한 약간의 형식만 바꿔 재발의하는 등 양만 늘리는 법안)이 넘쳐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입법정책개발지원위원회는 정량평가를 삭제하고 정성평가로 의원 평가를 진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위원회는 우수입법 의원의 평가기준과 상금, 수상인원수 등을 결정하는 국회내 합의기구다. 이주영 국회 부의장(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을 맡고 각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 3인과 국회의장실 비서실장, 국회 사무총장 등 총 6명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이 부의장은 "국회의원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여론들이 있었다"며 "정량평가 대신 정성평가로 기준을 삼아 의원들의 입법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장은 이 위원회의 평가를 토대로 2005년부터 매년 3월 전년도 우수입법 의원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면 상패는 물론 200만~300만원의 상금도 받는다.
평가기준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두가지로 나뉜다. 정량평가는 본회의 법률안 가결건수와 본회의 및 위원회 출석률 등을 합산해 평가한다. 정성평가는 국회의장단 및 각 교섭단체 등에서 추천한 18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우수입법선정위원회'에서 의원입법을 평가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원 입법 성과를 '양'으로 평가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단순히 법안 처리수만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여러 부작용이 생겼다. 법안의 자구 하나만 바꾸는 '쉬운 법'이라도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법안이라면 높은 평가를 받는 왜곡된 구조다. 비슷한 내용의 복붙(복사+붙여넣기)법안들이 국회에 무더기 발의되는 것도 이러한 구조의 영향이 크다.
국회도 문제를 모르진 않다. 국회 관계자는 "정량평가가 있다는 이유로 국회 운영에 피해가 생긴다"며 "입법에 필요한 인력을 사회적 가치가 높지 않은 자잘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쓰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의장 직속 혁신자문위원회는 최근 입법지원선진화TF(태스크포스) 출범 방안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았다.
관련 보도들이 나오던 지난 2월초만해도 시상기준을 만드는 국회 사무처에선 당장 폐지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정량평가 폐지 관련 1년 유예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우수의원 평가를 관리하는 이 부의장이 강력하게 폐지를 주장하며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이 부의장이 의원을 법안건수로 평가하는게 말이 되냐. 당장 폐지해야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사무총장에겐 내부적으로 보고가 이뤄졌지만 교섭단체엔 아직 보고를 하지 못했다"며 "이번주나 늦어지면 다음주 초까지 의견수렴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