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스트레스가 날로 커지면서 공기청정기를 면세품으로 특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공청기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자는 이야기인데 제조사와 부자들만 이득을 볼 여지가 커서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공청기와 필터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부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대로라면 100만원짜리 공기청정기를 살 경우 제품 가격의 10%인 부가세 1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추 의원 법안은 현실화 가능성이 있을까.
◆비쌀수록 득 본다=조세 역진성
우선 법안 발의사유는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 완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청기 부가세 면세에 따른 세수 감소가 2020년부터 5년 동안 2316억원이라고 추계했다. 연평균은 463억원. 필터 빼고 공청기만 대상이다.
이 법안은 두 개의 벽에 부딪힌다.
하나는 세금 감면 목적 부합성이다. 부가세는 용역이나 재화에 붙는 세금인데 공청기는 재화다. 부가세법 26조에 따르면 재화 면세 대상은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 △수돗물 △연탄과 무연탄 △여성용 생리대 △우표 등이다.
과세당국이 설정한 부가세 면세 기준은 소득 수준과 생활필수품 여부다. 정부는 저소득층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부가세 면세를 활용한다. 그런데 가격이 브랜드마다 천차만별인 공청기는 고가일 수록 면세 혜택을 더 본다. 당국 관계자는 "공청기 부가세를 면세할 경우 고소득자가 오히려 세금 혜택을 더 보는 조세 역진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공청기 전에 카시트, 카스트 전에 생리대 = 제조사 배불리는 입법
자유한국당에선 공청기 이전에 비슷한 법안이 나왔지만 역시 실효성이 없었다. 민경욱 의원은 지난해 6월 유아용 카시트 부가세 면세 법안을 냈다. 영유아 교통안전을 위해서다. 그러나 국회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자가용 보유자가 주로 구매하는 카시트 부가세를 면세하면 자가용 없는 서민층은 혜택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지방정부가 저소득층에 카시트를 지원하는 게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면세해준다 해도 가전 제조사 배만 불릴 가능성도 있다. 제품 개선을 핑계로 면세만큼 가격을 올릴 여지가 있다. 실제 그런 사례도 있다.
2004년 여성계는 생리대 부가세 면세를 요구했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걸어 부가세 면세는 실제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 제조사들이 가격을 높여버리자 소비자 실익은 금세 사라졌다. 시장 사회에서 입법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생리대 가격은 오르고, 국세수입은 줄었다. 하나마나한 입법이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