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검증 뒷전, 후보자 신상털기 전락한 '국회 인사청문회법'

이원광 기자
2020.04.19 19:00

[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1회]⑦20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을 바꿔야하는 이유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국민들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 생존을 걱정한다. 더 이상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를 준비해야한다.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타락한 진영의식 때문에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정치·경제적 과제, 계층·계급·진영간 심화된 대립·대결 구도와 사라진 사회적 대타협,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중·장기 과제라는 딱지를 붙여 밀어놓은 개혁 이슈…. 이제 대한민국이 모두 모여 미뤄놨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과제를 논의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고 제언한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2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노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과 공수처와 사법농단에 관한 입장이 쟁점이 되고 있다. 2020.2.19/뉴스1

국회의원들이 싸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다. ‘역량 검증’은 핑계다. 후보자의 미래 비전이나 전문성이 청문회를 지배한 역사가 없다.

싸움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본인과 배우자로는 부족하다. 세상을 떠난 부모나 자녀, 먼 친척까지 ‘털린다’. 일을 해야할 인물들은 사라지고 ‘무난한’ 이들이 요직을 차지한다는 쓴소리가 들린다.

20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인 ‘5월 국회’가 인사청문제도를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한 21대 국회로 미룰 경우 ‘친여 인사’를 쓰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신상털기, 막말…국회 인사청문회 ‘현주소’

국회 인사청문회는 2000년 첫 시행됐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자의적 임명권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동시에 후보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검증하거나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통령 인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유능한 인물에게 국정 운영의 힘을 더해주는 기능이다.

현실은 다르다. 대체로 도덕성 검증에 치중돼 여야 정쟁으로 흐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나 ‘정책 청문회’가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역량이나 미래 비전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일부 의원들은 조 전 장관에게 법무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물었으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정책과 비전이 사라진 공간은 자녀의 부정 입학 의혹과 부친이 설립한 웅동학원, 부인과 5촌 조카가 관계 있다는 사모펀드 등이 가득 메웠다.

‘막말’은 일상화된다. 2016년 8월 당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엉뚱하게 누리과정 예산 처리를 두고 여야가 언쟁을 벌이다 사달이 났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 의원들에게 “멍텅구리”, “사퇴하세요”라고 발언하자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닥치세요”라고 맞대응했다.

언론도 ‘정책 청문회’ 기사를 안 쓴다. 아무도 안 보기 때문이다. 독자 반응성을 확인해보면, 청문회 기간 후보자 개인이나 가족 신상 관련 기사와 정책 기사 간 차이는 확연하다.

◇‘대안’도 있다

인사청문제도를 바꾸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던 이유다. 손질에 더 적극적인 쪽은 야당으로 △인사청문회 대상 공직자 범위 확대 △국회의 자료제출요구권 강화 △후보자 허위진술 처벌 강화를 중점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후보자 사생활 보호 등에 관심을 뒀다.

중요한 것은 역량 검증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다. 예비심사소위원회를 통해 후보자에 대한 비공개 사전검증을 진행하고, 해명되지 않는 부분이나 후보자의 역량과 비전을 국민 앞에서 집중 검증하는 ‘2단계 청문회’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후보자 개인은 물론 가족, 지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청문회 전반에 걸쳐 정책 검증에 집중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은 백악관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등이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작업을 한다. △개인과 가족 △직업 및 교육 배경 △세금 △경범죄 위반 △전과 및 소송 분야 200여개 항목에 대해 들여다본다.

후보자로 공식 지명한 후에도 상원의회 상임위 차원에서 사전 조사를 한다. 답변 내용이 충분치 않으면 자체 조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개인 비리나 도덕성 결함 등이 확인되면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한다.

◇5월 국회가 ‘인사청문제도 개편’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인사청문제도 개편을 ‘5월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21대 국회의 순항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단독 과반에 성공한 민주당이 21대 국회 개혁과제로 인사청문제도 개편을 내세울 경우, ‘자기 편’을 심기 위한 정지 작업이란 야당 반발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종식되면 개각 가능성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얻은 180석을 앞세워 인사청문제도를 개편하면 그 자체로 정국이 경색될 우려가 있다. 20대 국회에서 여야 협상을 통해 바꾸는 게 낫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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