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장 받자마자 무더기 심사…추혜선 취업심사는 이렇게 끝났다

이해진 , 권혜민 기자
2020.09.09 15:13

[the300]['배지'를 놓으니 취업시장이 열렸다]②"이견 없이 심사 통과, LG 의도는 LG 몫"

[편집자주] "이 법은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1981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의 제1조 조항이다. 공직자윤리법을 근거로 한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됐다. 전관예우 등 관례를 깨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관련법을 만든 국회의 퇴직자 취업심사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 특히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의 대기업 취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회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현황, 제도의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집배원 보호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3.5/뉴스1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한 회의실. 전현직 국회의원 4명과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11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임명장을 받은 직후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곧바로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 퇴직 공직자 14명에 대한 취업심사를 진행했다.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11명은 국회 감사관이 준비해 온 사전 검토 보고서를 토대로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에 대한 취업제한 여부를 논의했다. 위원회는 한달에 한번씩 모여 국회 사무처에 제출된 취업심사 신청건에 대해 심사하는데, 지난달 21일은 21대 국회 전반기 신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첫 회의날이었다.

위원 중 한 명인 정양석 전 의원(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국회 감사관이 자료를 만들고 (취업가능 여부를) 사전검토한 다음 회의에 올린다"며 "추혜선 전 의원을 포함해 (취업심사 신청 건에 대해) 감사관이 법 해석을 이미 받아왔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심사는 별다른 이견 없이 무난히 '취업가능'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정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국회의원은 직무관련성 여부를 엄격히 따질 경우 의정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특정 기업이나 기관을 상대로 자료요구, 국정감사 등을 하는데 (직무관련성을 엄격히 따지면) 미래 직업을 생각하게 돼 오히려 의정활동이 발목 잡힐 것"이라고 했다.

위원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외부에서는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국회공직자윤리위는 국회 입장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다만 위원들은 LG에서 의원 출신을 3명이나 데려가는지에 대해 의아해 했으나 기업 의도는 기업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으로 당일 회의에 참석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추혜선 전 의원 건을 포함해 건별로 위원들이 의견을 교환했다"며 "법안을 옆에 놓고 회의를 했고, 사무처가 건별로 올린 자료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LG유플러스 서울 용산 사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용산사옥 7층 근무자가 확진판정을 받았고 방역당국 권고에 따라 해당층 및 위·아래층 직원 전원과 접촉자 및 접촉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뒤 순환근무 체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모습. 2020.8.24/뉴스1

퇴직 공직자의 취업심사 기준은 공직자윤리법 제17조다. 현행법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의 업무와 법에서 정하는 취업심사대상 기관 간 밀접한 관련성 여부를 따지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정보조 △인·허가 △조세조사·부과·징수 △계약 △검사·감사 △감독업무 △사건수사·심판 등 업무를 했을 경우 취업이 제한된다.

국회사무처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추 전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 임기 중 수행한 업무 가운데 공직자윤리법 17조에 해당하는 업무가 없었다"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뿐 아니라 퇴직 5년 전 업무를 모두 심사했고 (문제가 없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한 법률가 출신 위원은 위원회 나름의 고민이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공직자윤리법 17조를 보면 업무관련성이 높은 업무로 인허가, 감사 등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라고 명시한다"며 "의원이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서 정부정책 또는 공기업, 통신산업, 에너지산업에 대해 질의한 것을 두고 직접적인 인허가 또는 감사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있느냐하는 해석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단순히 의원이 어떤 기업이나 기관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취업을 제한할 만큼의 직접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있느냐가 위원회의 고민"이라며 "위원회도 나름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거쳤지만 법 조항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국민들의 비판을 위원회도 이해하고 있다"며 "위원회가 더 많은 고민과 논의를 통해 심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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