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파트 10채 산 개인·100채 넘는 법인…입주계획은 '불명'

박소연 기자
2021.05.25 16:20

[the300]개인 81.6%·법인 95% 실거주·임대 목적 아닌 '투기' 의심…미기재 시에도 제재 수단 없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5월 현재(5월 15일 기준)까지 한 개인이 10호 이상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한 법인이 100호 이상 사들인 경우 거의 대부분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상 입주계획 목적이 '미기재'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거주나 임대 목적이 아닌 사실상의 투기 의심 사례로 보이는데, 입주계획을 기재하지 않아도 정부가 제재하는 수단이 전무해 투기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5개월간 아파트를 10호 이상 매수한 개인은 총 638명으로, 이들이 총 1만1578호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임대 목적은 2016호(17.4%), 본인이나 가족 거주 목적은 63호(0.54%)에 불과했다. 대다수인 9447호(81.6%)는 입주 계획이 기재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아파트를 100호 이상 매수한 법인은 총 34개로, 이들 법인이 매수한 아파트는 총 1만3354호에 이른다. 법인당 392.8호에 달하는 수치다. 이중 임대 목적은 171호(1.2%), 본인이나 가족 거주 목적은 199호(1.5%)에 불과하다. 대다수인 1만2694호(95%)는 입주 계획이 기재되지 않았다.

한 개인이나 법인이 아파트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 대다수가 실거주 목적이 아니란 점이 드러난 것이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한 개인이 아파트를 10호 이상, 또는 한 법인이 100호 이상 구입하는 경우 실거주나 임대 목적이 아니라면 사실상 투기를 의심해볼 수 있다.

김희국 의원이 지난 2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동산을 거래하는 개인 및 법인은 '부동산거래계약신고서', '법인주택거래계약신고서',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중 부동산 투기를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자금조달계획서'에는 본인·가족의 입주 여부와 입주 예정 시기, 임대(전월세), 그밖의 경우(재건축 등) 등 입주 계획을 기재토록 한다.

현재 이같은 '입주 계획'을 포함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대상은 개인의 경우 실거래가 6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에 소재하는 아파트를 매수하는 경우다.

법인이 아파트 매수자인 경우 지역·금액과 관계 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인의 주택 매수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 등 부동산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계획서를 사전에 제출받아 불법?탈법행위를 점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드러나듯 입주계획 목적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희국 의원은 "부동산, 특히 주택은 공공재의 성격도 있는데 개인과 법인의 과도하고 무차별적인 '주택쇼핑'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투기를 방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부동산 구입 목적의 철저한 기재와 사후확인 시스템을 구축해 부동산 투기를 사전에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 어디에도 '투기'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범위는 내려지지 않았다"며 "조만간 부동산 투기 근절 제정법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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