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등에서 수당이 지나치다고 지적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위법 소지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에게 지급하는 '안건검토수당'을 지난해 안건 1건당 10만원에서 올 1월 30만원으로 한 번에 3배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감사원·국회의 지적을 받아 선관위원장·선관위원에게 매월 지급하던 215만~290만원의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을 지난 1월부터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줄어든 총수당액을 안건검토수당을 늘려 벌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선관위원에게 지급된 총수당액은 지난해 1월 1인당(선관위원장 제외) 315만원에서 올해 1월 최대 345만원으로 늘어났다.
17일 선관위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국회 부의장)에게 제출한 '2018년 이후 중앙선관위원 수당 지급내역'에 따르면 선관위원장을 제외한 선관위원들에게 지급된 총수당액은 지난해 1월 315만원에서 올해 1월 최대 345만원으로 늘어났다. 선관위원들에게 매달 지급되던 215만원의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이 지급되지 않았으나 안건검토수당 지급액이 1건당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어난 때문이다. 심사안건이 많았던 6월 기준으로는 총수당 지급액이 지난해 선관위원 1인당 405만원에서 600만원 안팎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안건검토수당 지급액만 따져보면 지난해 1월 각 선관위원에게 90만원 지급됐던 해당 수당은 올해 1월 300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2월에는 위원별로 80만원의 안건검토수당이 지급됐는데 올해 2월에는 360만원이 지급됐다.
감사원은 지난달 10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서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부당하게 수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법에 따르면 선관위원 9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은 비상임이라 보수를 받을 수 없다. 대신 회의 참석이나 선거 사무를 한 경우 일비·실비 지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선관위원장은 매달 290만원, 선관위원에는 215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2019년부터 해당 수당 지급을 중단하라고 지적했으나 올 1월 전까지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해당 사안은 이 밖에도 △2020년 예산안 행안위 검토보고 △2021년 예산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 △2023년 예산안 행안위 검토보고 △2023년 감사원 기관정기감사 등을 통해 지적됐다.
이에 선관위는 지난달 10일 입장문을 내고 "법 개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올해 1월부터는 규칙을 개정해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선관위가 당초 1건당 10만원이던 안건검토수당을 30만원으로 3배 인상해 줄어든 수당을 보충해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원장과 각 선관위원이 매달 받는 총수당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1~6월과 올해 1~6월 선관위원들이 받은 수당액을 비교하면 지난해에는 선관위원장·위원들이 △1월 315만원(위원장 390만원) △2월 325만원(위원장 400만원) △3월 335만원~355만원(위원장 430만원) △4월 345만원~405만원(위원장 420만원) △5월 245만원~325만원(위원장 400만원) △6월 405만원(위원장 480만원) 등을 받았다. 올해는 △1월 315만원~345만원(위원장 390만원) △2월 375만원(위원장 435만원) △3월 225만원(위원장 270만원) △4월 255만원(위원장 300만원) △5월 405만원~435만원(위원장 435만원) △6월 555만원~645만원(위원장 615만원) 등을 수령했다. 매달 215만원~290만원을 지급받던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이 사라졌음에도 총수당액이 늘거나 유지된 것이다.
선관위원장·선관위원에게 안건검토수당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2022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세부지침'에 따르면 안건검토수당은 단순한 회의 참석 이외의 주제발표 또는 검토보고서 제출 등 별도의 노무 제공에 대해 지급하는 사례금으로 규정돼 있다. 또 지급 대상도 민간위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급액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행안위에 따르면 대법원 행정예규 '각종 위원회 등의 참석수당 등 지급에 관한 지침'에서는 안건심사 관련 수당은 '1일 15만원 한도, 2시간 이상 5만원 증액'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회 행안위는 이른바 '안건 부풀리기'를 통해 안건검토수당 지급액이 지나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행안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6월 회의에서 △2급 이상 공무원 면직안 △1급 공무원 임용안 △2급 및 3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안 △4급 및 5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안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안 △명예퇴직자 특별승진 임용안 등 6개 안건에 대해 각각 안건검토수당을 지급했다. 해당 안건들은 공무원 승진 등 임·면에 관한 사항으로 1개 안건으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도 6개 안건으로 나눠 처리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원이 국무위원급인데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의 중요성을 봤을 때 수당을 현실화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어 규칙 개정할 때 (안건검토수당을) 같이 개정한 것"이라며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을 없앤 것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정당한 법 개정을 거치지 않고 규칙 개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선관위원장·위원에게 지급되는 안건검토수당을 3배 인상하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해이"라며 "자의적 안건 부풀리기를 통해 총수당 지급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안건검토수당 인상은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 삭제를 지적한 감사원 감사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