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조만간 주호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개헌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연속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개헌론 띄우기에 나선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압박하고 비상계엄·탄핵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5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당내 최다선 주호영 의원을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의결한다. 당은 특위 위원을 선정하는 단계로 다음주 중 출범할 예정이다.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국회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가기관 정상인가'를 주제로 연속 개헌 토론회도 개최한다. 토론회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 구조 개편 등 방향을 논의하고 특위에서 당 차원에서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에 관한 질문에 "87년 현행 헌법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과 헌법을 위반한 권한 남용을 국회가 제어할 방법이 없어서 지금 이런 사태가 초래된 것"이라며 "7~8명의 대통령이 배출됐는데,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고 할 정도로 현행 헌법 체제에 문제가 많다"고 했다.
이어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할수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도 압박하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국회 차원의) 특위를 만들어 개헌을 하자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이재명 대표의 눈치를 보는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역대 의장과 원로 의원들이 개헌론에 불을 지폈고 여론이 뒷받침된다면 이 대표도 개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개헌 띄우기'는 조기대선을 가정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높다고 본다. 대선 국면에서 개헌 논의는 수없이 반복돼 왔지만 당선이 유력한 주자는 대체로 권력을 나눠야 하는 개헌에 회의적인 입장이었고, 이 때문에 개헌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4년 중임제 등 개헌을 공약했으나 현재는 내란 극복이 우선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비이재명계에서도 권력구조 개헌을 적극 띄우면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개헌을 고리로 민주당 내에서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도 가세해 이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비상계엄와 탄핵 국면이란 불리한 상황에 놓인 여권이 국면전환을 위한 카드로 개헌을 활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대통령 개인이 아닌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에서 찾고, 근본적 개선을 꾀한다는 것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조기대선이 단 60일 내에 이뤄져야 한단 점에서 대선 전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많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3일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 분권형 정치체제로 혁신해야 한다"며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이재명 대표 등에게 제안했다.
개헌은 현재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는 주제가 아닌 데다 대선 국면에서도 이목을 끌기 어려워 동력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과 여전히 밀착행보를 보이는 여당이 제왕적 대통령제 혁신에 나선다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단 비판도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NS(소셜미디어)에 개헌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 의원은 "지금 국정운영 시스템을 보면 제왕적 대통령은 '커녕'"이라며 "줄탄핵, 특검 남발, 사기 선동, 거대야당 의회독재로 국정은 마비됐고 대통령은 직무정지 후 구속된 채 탄핵심판까지 치르고 있다. 반면 전과 4범에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고 있는 거대야당 대표는 국회와 제도를 방탄삼아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 과연 누가 제왕인가"라고 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제왕적 의회, 일당독재를 바로잡기 위한 개헌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개헌을 하려면 집권 초기 힘 있을 때 해야 하는데 대선 국면에선 차기에 유력한 주자들이 동의를 안 해주지 않나. 이게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에 지금까지 나와있는 개헌안이 이미 많은데 각론에서 합의를 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중도층을 향한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정책행보에 대해 국민의힘이 개헌으로 응수를 한 것인데, 헛다리를 짚고 있다. 현실성도 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