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중도보수를 지향한다면 조국혁신당은 더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 부분에서 혁신당에는 더 많은 기회와 역할이 돌아올 것이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3월3일 조국 전 대표가 창당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창당 한 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비례의석 12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고착화된 거대 양당 사이 제3정당이라는 쉽지 않은 정치 구도에서도 현안마다 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혁신당은 창당 당시 내건 윤석열 정부 조기 종식이라는 목표를 창당 1년 만에 완수했다고 자평한다. 3일로 창당 1주년을 맞은 혁신당은 조국 전 대표의 공백, 탄핵 이후 펼쳐질 조기 대선, 그 이후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당의 향방을 재설계를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WHO(세계보건기구) 수석기술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내 '보건의료의 질과 성과 평가 워킹그룹(HCQO, Health Care Quality and Outcome)'의 아시아 여성 최초 의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연구담당관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굵직한 역할을 해온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도 당 대표 권한대행직은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다. 김 권한대행과 혁신당의 탄핵 이후 정국에서의 역할과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권한대행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선언이 혁신당에는 진보라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준 것이라고 봤다. 김 권한대행은 "(현재 정치 구도 상) 민주당이 경제·사회적으로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것이 맞고 그 전략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탄핵 이후 분출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을 것이고 혁신당은 이 목소리들을 안기 위해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당이 지향할 진보적 가치는 정치적 다양성, 분배 정책을 통한 불평등 해소를 꼽았다. 김 권한대행은 "비상계엄과 내란, 서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폭동 등 일련의 사건 원인은 결국 양당 중심의 정치 환경"이라며 "여러 정당들이 국회 안에 있었다면 정당 간 합의와 연합이 일상화됐을 것이고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지도 않았을 것"라고 했다.
탄핵 이후에는 탄핵에 찬성한 모든 정치 세력이 연대하는 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의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선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정치 갈등만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민주세력이 (조기 대선에서) 승리를 했지만 이에 승복하지 못한 세력이 계속 흔들고 그 여파로 사회 개혁은커녕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정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비상 계엄이 터지기 전 탄핵 여론이 불붙지 않았던 것도 국민들 사이에는 2017년 탄핵 이후에도 내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만큼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내란세력을 제외한 모든 시민사회와 정치세력이 연합해 사회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무가 정치권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어느 한 두 명이 권력을 휘두르려 마음을 먹어도 시스템에 의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검찰이든, 어느 권력기관이든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개혁의 핵심 과제"라고도 했다. 김 권한대행은 혁신당이 제안해 성사된 야5당 '정권교체 원탁회의'가 탄핵 이후의 사회 대개혁 과제를 여러 정치세력이 만들어내는 협의체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정치 개혁 과제로는 원내 교섭단체 구성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한 정당이 여러 의원들의 소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국민의힘에서도 내란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뜻이 맞는 이들끼리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현행 20석 기준을 국회 상임위원회 개수에 맞게 14석으로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의 현재 의석수는 12석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불평등 해소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김 권한대행은 "자영업자들 중엔 채무 때문에 파산하는 분들도 많고 일반 가정에서도 부채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청년의 소액 채무는 어느 정도 털어줘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같은 우려 없이 할 수 있는 혁신당만의 국민 채무부담 완화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상위 1%만의 성장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에게도 성장의 과실이 돌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혁신당만의 독자 후보를 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선거 기간 중 우리 당이 해야 할 목소리는 반드시 낼 것이고 역할도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압도적 승리에 의한 민주진보 세력의 집권을 만들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확실히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대표는 김 권한대행에게 어떤 역할을 당부했을까. 김 권한대행은 "멀리 떨어져있는데도 지금 여의도에 계신 것처럼 현재 정치권과 소위 '싱크(Sync)'가 잘 되시는 것 같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쇄빙선 역할, 그리고 야당과의 '다수 연합'을 꾸리고 그 안에서 혁신당의 역할을 치열하게 잘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김 권한대행은 "혁신당의 목표는 수권정당"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꿋꿋이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