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 '통합 행보'의 진정성

오문영 기자
2025.03.05 05:00

[the300]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공동취재)2025.2.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만났다. 기자들이 물러가기 전 김 지사가 이 대표에게 "한 두마디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가 동의하자 김 지사는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노란 메모지를 꺼냈다. 김 지사는 미진한 개헌 논의, 당의 감세 정책 등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며 작심 발언을 한 일이 오버랩됐다.

이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과 회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작 '통합'보다는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 대표는 김 지사에 앞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용진 전 의원 등과 만났다. 회동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지만 뼈 있는 말들이 오갔다. 특히 다섯 사람 모두 개헌을 거론하면서 마치 이 대표를 협공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자진해서 비명계 주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모습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성과도 없지 않다. 내란 종식이 가장 큰 과제라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정권교체에 힘을 합치겠단 얘기다.

이 대표가 당내 갈등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20대 대선 패배 책임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고 인정한 것도 통합의 초석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간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각종 실정을,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부족함을 대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하며 다퉈왔다.

통합의 첫 단추를 끼웠으니 이젠 구체적인 액션이 따를 차례다. 비명계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중용하는 모습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실현해야 민주당이 이 대표의 일극 체제라는 당 안팎의 비판도 희석시킬 수 있다. 이 대표가 당내 통합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대표 지지자들과 친명계가 여기에 발맞춰줄 필요도 있다.

이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반대 의견도 포용하는 다양성의 힘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으로 전진할 수 있다"고 썼다. 진정성을 인정받는 길은 실천뿐이다. 아직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조기대선을 예상하고 서둘러 보여주기식 통합 행보에 나선 것이란 의구심도 없지 않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건 이 대표의 몫이다.

오문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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