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미국 에너지부(DOE)의 조치가 15일(현지시간) 결국 발효된다.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 제약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지만 미 DOE 산하 17개 국립연구소에선 이미 한국과의 연구협력에 일부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미 DOE의 민감국가 지정 발효'와 관련해 "미국 측 내부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지정 해제까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미 DOE 장관과의 회담에서 절차에 따라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관계부처와 함께 DOE와 국장급 실무협의 등 적극적인 교섭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양국 간 국장급 실무협의에서 미 DOE 측은 민감국가 지정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추진하는 한미 R&D(연구개발)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DOE 산하 국립연구소에선 민감국가와의 연구협력 등을 주의하라는 형태의 공문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민감국가 지정 여파와 관련해 "AI(인공지능), 인공위성, 우주기술 등은 전략적 기술로 간주돼 협력이 제한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DOE는 민감국가를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로 규정한다. 특정 국가의 국가안보 상황이나 핵 확산 방지 또는 테러 지원 방지 등의 목적으로 민감국가를 지정할 수 있다고 DOE는 설명한다. 이 목록은 DOE 산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I) 등이 관리한다.
DOE는 1981년 1월 우리나라를 정책적 관리가 필요한 민감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외교문서에는 '미 DOE 산하 연구시설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로부터 핵 관련 기술·민감기술, 시설 등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한국이 민감국가에 지정됐다고 명시됐다. 한국은 1994년 7월 민감국가 명단에서 제외됐는데, 지정부터 해제까지 약 13년이 걸린 셈이다.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한 각종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민감국가 지정에 대한 대응이 부족할 경우 한미 과학기술 협력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미 DOE의 명시적 제한 외에도 국가 신뢰도 저하나 연구자 간 협력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협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민감국가 지정 사유가 원자력 분야에 있다면 이 분야의 한미 협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민감국가 지정 효력은 미 DOE와 그 산하기관에 국한되는 것이므로 외교·안보 분야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한 것은 북핵 고도화에 대응해 핵무장 잠재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무장 잠재력 확보란 당장은 아니라도 유사시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 없이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을 독자 생산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연구목적 외에는 직접 재처리할 수 없다.